낡은 인천 산업단지... 청년은 없고, 외국인근로자만 남았다 [낡아버린 도시, 생명을 디자인하라]

40년 넘은 남동·부평·주안 산단... 장마철 공장 물 차고 도로 잠겨
공원엔 녹슨 벤치와 잡초 무성... 시설 노후화 심각 청년들 외면
市 “노후산단 재생 위해 최선”

인천 산업단지가 늙어가고 있다. 1970년부터 지어진 인천지역 산업단지는 급격한 산업구조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노후 산업단지는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역 경제계에서는 산업단지 구조고도화 등을 담은 종합 계획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경기일보는 <이슈M>을 통해 노후 산업단지에 활력을 불어넣는 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인천 남동구 고잔동 일대의 남동국가산업단지 전경. 장용준기자

 

“낡고 위험한 산업단지 공장에서 누가 일하고 싶겠어요”

 

12일 오전 10시께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 인근의 한 금속 부품 제조업체.  이 업체 대표 A씨(41)는 비 오는 날이면 더 바쁘다. A씨는 “40년이 넘은 공장을 인수 받아서 운영을 하다 보니 손 봐야 할 곳이 많다”며 “비 오는 날마다 작업장 위에서 물이 새 기계 침수 걱정이 크다”고 했다. 특히 남동산단 입구 4거리는 장마철만 오면 도로 곳곳이 빗물에 잠겨 애를 먹는다. A씨는 “최근 비가 많이 오면서 걱정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했다. 또 남동산단의 고질적 문제 중 1개인 ‘주차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곳곳에 이미 불법주차한 차량 사이로 2중 주차로 빼곡하다. 공장의 부족한 주차 공간으로 인해 도로로 밀려나온 탓이다. 

 

이날 낮 12시께 인천 서구 가좌동 인근 부평‧주안 한국 수출단지의 주안 5~6단지. 이곳 일대에는  유명 프렌차이즈 카페나 식당을 찾기 어렵다. 단지 안 공원 곳곳은 이미 녹이 슨 벤치와 보도블럭 사이로 나온 잡초가 차지하고 있어 산책조차 어렵다. 공원 인근 자동차 부품 제조 업체에서 일하는 B씨(40)는 “곳곳에 쉴 만한 공간도 없는 노후 산업단지에서 일 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며 “이 때문에 대부분 외국인 근로자 뿐”이라고 했다. 이어 “산단 안의 공장 건물 대부분이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로 만들어져, 큰 불이라도 날까 무섭다”며 “누구도 ‘안전하지 않은 회사’에 다니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인천 국가산업단지의 노후화가 심화하면서 청년 근로자 유입 등을 통한 미래 성장 동력을 키우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인천지역의 산업단지는 총 16곳이고, 면적은 2천191만9천여㎡(662만9천590평)에 이른다. 입주 업체는 총 1만3천956곳으로, 고용 인원은 15만2천26명이다. 이 중 인천의 1970~80년대 지역경제를 이끈 남동국가산업단지와 부평‧주안 한국수출국가산업단지는 대표적인 노후산업단지이다. 노후산단는 착공한 뒤 20년 이상이 경과한 산업단지를 뜻한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 도로와 공원 기반시설이 낡은 탓에 청년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여기에 낡은 공장시설과 부족한 주차 공간은 고질적인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지역 안팎에서는 이들 산업단지가 과거의 영광을 되살릴 수 있도록 범 정부 차원의 노후산단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노후 산업단지는 곳곳에 지식산업센터만 만든다고 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며 “전반적인 관점에서 정부와 지자체,기업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했다. 이어 “공원과 도로, 근로자 편의시설 등부터 차근히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노후 산업단지 개선이 굵직한 국비 공모사업으로 추진하다 보니 전반적인 마스터플랜을 잡기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남동국가산단과 부평·주안산단 등은 재생사업 지정으로 마스터플랜을 만들고 있는 격”며 “노후 산단 재생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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