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화상병, 관심과 관찰 그리고 소독으로 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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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순 경기도농업기술원 기술보급과장

덥지만 7월의 초록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 농사를 짓는 사람이라면 봄에 씨앗을 뿌려 더운 여름을 거쳐야 가을 수확의 기쁨을 맞이하러 가는 길목이다. 특히 사과와 배를 재배하는 농가는 추석이 가까울수록 ‘과일 풍년의 기쁨’을 기대한다.

 

그러나 명절 성수품인 사과와 배를 수확해야 하는 길목이 참 멀고도 험하다. 퇴비도 줘야 하고 가지도 쳐내고 꽃피기 전부터 시기에 맞춰 농약도 뿌려야 하고 열매도 적당하게 솎아 주고 봉지도 싸줘야 하고 심지어 새와 멧돼지 같은 야생 짐승도 쫓아내야 한다. 과수 세균병 중 하나인 화상병은 지난 2015년 경기 안성시, 충남 천안시, 충북 제천시에서 발견돼 우리 과수농가를 긴장케 하고, 여러 농가의 마음을 멍들게 했다.

 

화상병은 사과와 배를 포함해 장미과 식물 180여종에 발생하는데 잎, 줄기, 꽃, 열매 등이 불에 그을린 것처럼 갈색으로 변하다 말라 죽게 만드는 병으로 톱, 전정가위, 장화, 장갑 등 농작업 도구에 묻어 다른 나무를 감염시킬 수 있으며 식물방역법에 의거, 검역 병해충으로 구분돼 발견 즉시 매몰 폐기해야 하는 무서운 식물병이다. 잠복기가 끝나고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워낙 증상이 뚜렷하게 보여 숨길 수도 없고 가축에 비교하면 구제역, 조류독감같이 치료제가 없다.

 

하지만 대책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우선 농가에서는 농장에 대한 관심과 반복적인 관찰 그리고 농작업 도구의 소독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 꽃피는 시기에는 꽃피기 전 1회, 꽃필 때 2회 지역농업기술센터에서 보급한 농약을 제때 살포한 후 이상증상을 반복적으로 관찰하고, 농작업을 위해 농장에 출입하는 사람들을 철저하게 소독시키고 인적사항과 농작업 내용을 영농일지에 꼼꼼하게 기록해야 한다. 또 지역농업기술센터와 도 농업기술원, 지역농협 등에서 시행하는 화상병 예방의무 교육을 반드시 듣고 화상병에 대한 특성과 발현 증상, 예방법을 숙지하고 발생예측 문자경보에 항상 예의주시해야 한다.

 

과수농가의 이런 노력을 위해 경기도와 안성시 등 과수재배 주요 시·군에서는 지역실정에 맞춰 과수농가들의 안전수칙이 담긴 행정명령을 발령하고, 지역 내 화상병 확산 방지를 위해 다양한 특수시책을 수립해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또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는 화상병의 신속한 진단과 대응을 위한 정밀진단실을 광역자치단체 중 최초로 설립해 올 하반기부터 시범운영에 돌입하고 검역 병해충 예방과 피해농가를 지원하기 위한 사전예찰부터 진단, 보상, 사후관리까지 광범위한 농작물 병해충 기술보급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경기도와 시·군 그리고 과수농가 모두가 통합적 측면에서 관심과 경각심을 갖고 적극적 참여와 함께 행동해야 한다. 화상병, 항상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관심과 관찰 그리고 소독으로 예방하고 적극적인 방제를 실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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