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오면 조마조마”… ‘오송 참사’ 경기도, 남의 일 아니다 [현장, 그곳&]

수원 화산·안산 신길지하차도 등 순식간에 ‘물웅덩이’
배수펌프 용량 작고 배전선 고장… 침수땐 대응 한계
전문가 “전광판 알림·진입 자동차단 시설 등 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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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충북 청주시 오송 지하차도 침수로 1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경기도내 지하차도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 다. 사진은 상습 침수 구역인 수원특례시 팔달구 화서동 화산지하차도. 홍기웅기자

 

“언제 잠길지 모르는 지하차도, 불안합니다.”

 

18일 오전 9시께 수원특례시 팔달구 화서동의 화산지하차도. 새벽부터 내린 비로 지하차도 곳곳에 생긴 물웅덩이 위를 차량들이 재빠르게 물길을 가르며 지하차도를 벗어나고 있었다. 매년 폭우 시 침수되는 이곳은 지하차도 내부에 물이 들어찼을 때를 대비해 총 8개 배수펌프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배수펌프 집수정의 용량이 작고 인근 서호천으로 배수가 이뤄져 단기간 집중호우 시 하천의 수위가 오르면 제대로 된 배수 기능을 할 수 없다. 운전자 최인영씨(36·가명·여)는 “많은 비가 올 때 큰 사고가 날까 봐 지하차도를 이용하기 꺼려진다”며 “폭우 시 빠르게 물이 들어 차가 언제 침수될지 모르는데 어떻게 마음 편히 다닐 수 있겠냐. 제대로 배수가 되는지도 의문”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같은 날 안산시 단원구 신길동의 신길지하차도 역시 비슷한 상황. 비가 내리자 금세 크고 작은 물웅덩이가 만들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지하차도 내 빗물받이와 하수구는 오랫동안 쌓여 덩어리진 부유물로 꽉 막혀 있었다. 또 지하차도가 신길천 수위보다 낮게 설계돼 우수 유입량이 과다하면 배수펌프만으로 한계가 있어 보였다. 

 

오송 지하차도 침수로 1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경기도내 지하차도 역시 상습적으로 침수가 되고 있지만 여전히 배수시설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지하차도는 총 288곳이다. 비교적 지대가 높은 일부 지하차도를 제외하곤 지하차도 내·외부에 물을 배출시키는 배수펌프가 설치돼 있다. 

 

이 같은 지하차도 배수펌프는 각 지자체에서 관리를 하고 있으며 수위 변동에 따라 자동으로 작동된다. 

 

문제는 단기간 지하차도의 수위가 오르면 펌프가 배수할 수 있는 양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리적 여건상 하천 가까이 위치해 있는 지하차도의 경우 배수를 하천으로 하게 되는데 폭우로 하천의 수위가 높아지면 배수 자체가 원활하지 않다. 또한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와 같이 기계식 배수펌프가 있는 곳은 침수로 인한 배전선 고장도 노출돼 있다. 

 

이에 지자체는 호우 시 모니터링과 현장 통제 등으로 지하차도의 침수를 예방한다고 하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수원특례시 관계자는 “단기간 빠르게 지하차도에 물이 차게 되면 배수펌프만으로 완벽한 배수가 부족하다”며 “실시간 모니터링과 현장 통제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국지성 호우로 지하차도도 풍수해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며 “배수펌프 처리 용량을 늘리는 것이 최우선이며 일정량 비가 내리면 이를 알리는 전광판과 자동차단시설 등 여러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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