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사다리의 위험성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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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남 안전보건공단 경기지역본부 건설안전부장

이동식 사다리는 산업현장에서 꼭 필요한 작업용 도구이며 일상생활에서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생활용 도구다. 하지만 사다리가 휴대하기 편하고 설치하기 쉽다고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면 자칫 사다리에서 추락 또는 전도로 작업자가 사망할 수 있는 고위험 기인물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안전보건공단 통계에 의하면 최근 5년간(2018~2022년) 산업현장에서 이동식 사다리 작업 중 발생한 사고사망자는 176명으로 연평균 35명이 발생하는 심각한 수준이다. 2022년 전체 추락 사고사망자 322명 중 이동식 사다리에서 32명(10%)이 발생해 개구부(단부), 지붕(대들보)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추락사고 기인물이 바로 이동식 사다리다.

 

또 미국 건설연구 및 훈련센터(CPWR)에서 2020년 실시한 ‘건설현장 추락 사고에 대한 근로자 설문조사 결과 분석’의 추락 높이와 추락재해의 관계에 의하면 사다리를 많이 사용하는 작업 높이인 3m 이하에서 추락으로 인한 일반산업재해는 전체 추락재해의 42.5%이며 중대산업재해는 16.6%인 것으로 분석돼 사다리 작업 중 추락 사고는 부상이나 사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나라 산업현장에서 사용되는 대부분의 사다리는 전도 안정성에 대한 인증이 없는 가정용으로 인증받은 제품이어서 제품 자체가 사고 위험이 상존함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사다리를 작업발판 대체품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사고의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연구원에서 최근 추락, 전도사고 예방에 특화된 구조로 설계(S마크 안전인증)된 한국형 안전사다리인 ‘K-사다리(Korean Safety Ladder)’를 개발해 사업장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K-사다리는 회전형 상부난간, 접이식 작업발판이 있고 바닥의 지형 지물에 맞춰 자동 고정되는 장치가 있어 추락·전도사고 예방에 특화된 구조로 기존 사다리 제품 자체의 위험성을 크게 개선했다. 또 경량성과 휴대성이 좋아 위험성이 상존하는 A형 사다리를 대체할 수 있다.

 

최근 사업장의 위험성 평가 실효성 향상을 위해 월·주·일 단위의 주기적 위험성 평가체계인 상시 평가를 신설해 시행 중이다. 수시로 이동하며 작업하는 사다리 작업의 경우 추락·전도 위험성의 본질적인 감소 대책으로 K-사다리로 대체한다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안전인증을 취득해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한 K-사다리가 사업장에 빠르게 보급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사다리 작업이 더 이상 고(高)위험 작업이 아니라 저(低)위험 작업으로 상시 평가될 수 있는 날을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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