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과 중동을 대표하는 키워드 중 하나가 히잡이다. 히잡은 여성들에 대한 억압의 기제로 사용되며 인권 탄압과 규제라는 부정적 상징성을 부여해 왔다. 지난해 9월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못했다는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의문사한 22세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사망 사건으로 여성의 기본 인권을 위해 싸우는 이란인들의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이들의 외침을 국제적으로 알리기 위한 일련의 노력들이 다수의 국가에서 진행돼 왔다.
중동지역 여성들에 대한 부정적 시선과 인식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간 중동지역에서 여성 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진전이 이뤄졌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차별적인 남성 후견인 제도가 개정됐고 여성이 운전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튀니지에서는 가정폭력 피해 생존자들을 위한 민원창구가 설치됐고 여성에 대한 폭력에 대항할 수 있는 법 조항이 신설됐다. 요르단에서는 소위 ‘명예살인’ 위험에 처한 여성들을 위한 보호소가 개소했다. 이런 긍정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결혼, 상속, 양육권 등과 관련한 문제에 있어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은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이슬람 교리에서 말하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지위는 현재 우리가 접하고 있는 이슬람사회에서의 여성의 지위와 상당히 괴리적이다. 인류의 발전은 남성과 여성에 의해 만들어지고 진행돼 왔다고 적어도 이슬람 교리는 말하고 있다. 이슬람의 창시자인 무함마드의 언행록 하디스는 ‘진실로 여성들은 남성들과 대등한 관계이니라’고 말한 사도 무함마드의 발언을 증거하고 있다.
선지자 무함마드 시절, 여성은 합동예배에 참석하는 것은 물론 공동체의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고 무함마드는 지식 추구에 있어 여성의 역할이 남성보다 더 필요함을 역설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 이슬람이 여성 인권 탄압의 비판 대상이 된 것은 꾸란에 명시된 것이 여성에 대한 권리의 전부라고 주장하는 보수적 이슬람 학자들과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에게 기인한다. 2015년 발표된 여성 인권에 대한 유엔 보고서도 극단주의와 보수주의가 여성 인권의 장애라고 명시했다.
세계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중동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여성의 노동 시장 참여율을 보이고 있다. 정치 분야에서 중동 여성의 활동이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여성이 행정부를 대표하는 총리로 선출된 것은 2021년 튀니지의 나즐라 부덴이 최초다.
아랍에미리트의 경우 내각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여성 정치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중동 및 북아프리카 국가의 여성 정치인의 의석 점유율은 지역 평균 17%이고 전 세계 평균은 26%, 대한민국은 19%다.
최근 중동지역에서 목격되는 일련의 사건들은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변화의 연속이다. 특히 사우디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에 대한 변화는 놀라움을 넘어 미래에 대한 기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와 기대에도 불구하고 중동지역 여성 인권에 대한 상황은 국가별로 크게 상이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향후 더욱 과감한 개혁과 변화에 대한 기대와 노력이 배가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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