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도 셀프인가요?'... 셀프세차장, 쓰레기와의 전쟁 [현장, 그곳&]

속옷·우산·옷걸이 등 온갖 폐기물 무단 투기 ‘골머리’
“지자체 단속 한계… 시민 인식 개선이 가장 시급” 

27일 오전 10시께 수원특례시 권선구 권선동 소재 A셀프세차장에 박스와 옷걸이, 우산, 와이퍼, 방석, 매트, 지팡이 등이 뒤섞인 쓰레기더미가 쌓여 있다. 김기현기자

 

“양심 없는 사람들 때문에 진짜 미치겠어요. 매일 ‘쓰레기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27일 오전 10시께 수원특례시 권선구 권선동 A셀프세차장. 한창 세차 중인 차주들의 차량 너머로 거대한 쓰레기더미가 눈에 띄었다.

 

쓰레기 수집 공간도 아닌 이곳엔 박스부터 옷걸이, 우산, 와이퍼, 방석, 매트, 지팡이까지 잡다한 폐기물이 널브러져 있었다.

 

한편에 마련된 분리수거장은 이미 쓰레기로 가득 찬 상태였으며 일부 캔과 병 등 재활용 쓰레기는 분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세차장 곳곳에 부착된 ‘쓰레기 버리는 곳 아닙니다’, ‘쓰레기 무단 투기 시 범칙금 고지서 선물로 보내 드립니다’, ‘매트, 우산, 어항 투기 금지’ 등 경고 현수막이 무색할 따름이었다.

 

이곳을 운영 중인 이양원 대표(46)는 “심할 땐 40만원을 주고 차량을 불러 폐기물을 처리한 적도 있다”며 “기저귀, 속옷 등 종류도 다양하다. 제가 없는 주말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전했다.

 

비슷한 시각 화성시 반월동 B셀프세차장 사정도 매한가지. ‘쓰레기 무단 투기 금지’라고 적힌 현수막 아래로 쓰레기로 가득 찬 봉투 10여개가 나뒹굴고 있었다.

 

그 옆으론 세차에 사용되는 물질이 담겼던 것으로 추정되는 말통 10개도 버려져 있었는데, 최근 비가 내린 탓인지 주변이 온통 원인 모를 시꺼먼 침출수로 도배돼 있는 상황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차주 김종혁씨(가명·27)는 “여긴 세차하러 올 때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쓰레기가 넘쳐난다”며 “환경을 위해서라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27일 오전 10시께 화성시 반월동 B셀프세차장에 세차에 사용되는 물질이 담겼던 것으로 추정되는 말통 10개 등 쓰레기가 잔뜩 놓여져 있다. 김기현기자

 

최근 경기도내 셀프세차장이 일부 양심을 저버린 이용객들의 무차별적인 쓰레기 무단 투기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더욱이 지자체가 권한 상 한계로 이를 단속하는 데 차질을 빚고 있어 무엇보다 올바른 시민 의식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달 기준 경기도내 세차장은 모두 2천985곳으로, 이 중 셀프세차장은 158곳 상당이다.

 

다만 아직 31개 시·군 전체가 전산화를 완료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실제론 이보다 더 많은 셀프세차장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셀프세차장에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엄연한 현행법 저촉 행위다.

 

폐기물관리법 제8조는 시설 관리자가 지정한 방법을 따르지 않고, 생활폐기물을 버려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시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관리주체인 지자체는 폐기물 관련 민원 및 신고가 접수되더라도 단속하는 데 애로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셀프세차장에 폐쇄회로(CC)TV가 없거나, 있더라도 차량번호가 영상에 담기지 않는 한 범법자를 특정해 단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셀프세차장 측이 CCTV 자료 제공 요청에 응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한 점도 한 몫 한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민원이나 신고를 받고 나가도 단속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는 경우가 많다”며 “그래도 폐기물 불법 투기 최소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무엇보다 시민의 적극적인 신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경섭 한경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쓰레기 무단 투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시민 의식 개선”이라며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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