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경기민예총 주관으로 ‘예술인 기본소득’에 대한 토론회가 진행됐다. 이때만 해도 예술인들에게 기본소득을 왜 줘야 하는지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고 이번 토론회가 마중물이 돼 예술인들의 실정을 알리고 기본소득 논의를 점차 확대하자는 분위기였다.
2020년 2월 발생한 코로나19는 이런 생각을 완전히 뒤집어 놓게 된다. 소상공인들에 대한 어려움을 이야기하다가 4~5월경 예술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더니 바로 예술인들의 삶이 너무나 척박해 지원이 필요하다며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
2017년 9월 경기문화예술발전방향 세미나에서 정광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원이 밝힌 자료에 의하면 경기도 예술인 가운데 ‘월 200만원 미만 소득’이 83%이고 그중 ‘월 100만원 미만의 소득’이 57%, 심지어 ‘소득 없음’은 26%였다. 수많은 예술인들이 생계의 어려움을 느끼며 이리저리 공모하는 보조금에 연연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리라.
팬데믹으로 인해 소상공인들에 대한 지원은 이뤄지고 있지만 공연과 강습 등이 다 끊겨 수입이 ‘제로’인 예술 분야에 대한 지원은 아직도 머나먼 미래 이야기로만 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예술을 단순한 ‘도움’의 대상, 위험하거나 어려운 처지에 놓였기 때문에 도와줘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이 되는 현실 속에서 예술인은 단순히 평등한 사회적 구성원으로서만이 아니라 문화를 승화시켜 꽃피우며 지속가능한 공동체의 지향점에 대한 선험적 지표를 제시하는 데 기여하는 존재다.
이를 지속적으로 다양한 정책수단을 통해 알리고 예술인 기본소득을 비롯한 예술인 보험제도 등 실질적으로 예술인의 삶에 도움이 되는 여러 방안을 연구해야겠다. 또 작가 개인을 지원하는 것만큼이나 창작자와 예술 장르가 시장에서 자생할 수 있도록 돕는 방안 마련을 고민하는 일도 중요하다.
1934년 대공황 시기 미국의 ‘뉴딜정책’과 같이 정부가 대규모의 예술인을 고용해 공공미술프로젝트의 계획을 세우고 실현하는 것, 시각예술은행을 만들어 작품 매입을 신속하고 과감하게 실현하는 것, 예술인들의 예술작품을 부동산과 같이 작품의 근저당화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제도의 실현을 꿈꾸는 것은 불가능할까?
이러한 사회적 인식 아래 경기도에서 실시하는 ‘예술인 기회소득’이 창작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인데 문화도시 수원에서 그 사업을 안 받겠다니 이는 예술인들에 대한 배신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풍물을 치기 시작하면서 먹고사는 문제로 신문배달 6개월, 우유배달 11년6개월, 아파트에서 차량을 세차하는 일 1년을 모두 합해 13년의 새벽일을 거친 후 그나마 먹고살 만하다고 판단하면서 새벽일을 그만두고 풍물을 계속 쳐 현재 39년 차가 됐다. 아직도 새벽일과 대리운전에 시달리는 사람들, 도배를 배워 돈을 벌어야만 풍물을 칠 수 있는 여성 후배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이처럼 안타까운 현실 속 예술인 기회소득은 반드시 필요하다.
난 다시 태어나도 지금처럼 풍물로 먹고살 것이다. 하지만 예술인의 사회적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수원에서는 태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수원이 자랑스럽다”고, “경기도가 역시 예술하기 좋다”고 말할 수 있도록 예술인 기회소득 및 예술인 복지가 하나하나 채워지는 경기도 수원의 행보를 바라면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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