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에 뒤엉킨 가로수… 합선될라 ‘電電긍긍’ [현장, 그곳&]

수원·화성 등 도내 곳곳 관리 ‘엉망’
정전·화재 등 사고 올해만 113건 달해
시민 안전 위협… 산림청 “철저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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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수원특례시 권선구 세류동 일대에 식재된 가로수들이 전선을 모두 가릴 정도로 자라 있다. 김기현기자 

 

“나무가 저렇게나 자랐는데…정전이나 화재가 발생하면 결국 피해는 시민 몫 아닙니까?”

 

6일 오전 10시께 수원특례시 권선구 세류동 일대 도로. 전봇대 사이사이를 잇는 축 처진 전선을 족히 3~5m는 돼 보이는 가로수들이 온통 집어삼킨 상태였다.

 

한 가로수는 너무 풍성하게 자란 나머지 전봇대 한 개를 통으로 에워싸고 있는가 하면 또 다른 가로수는 도로 표지판 전체를 덮고 있기도 했다.

 

비슷한 시각 화성시 반월동 일대 도로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언뜻 봐도 전봇대보다 큰 가로수의 가지와 전선이 뒤엉켜 있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특히 일부 가로수는 과도하게 뒤틀려 있는 등 고사된 채 방치돼 있었고, 이 때문에 주변 전선은 심하게 짓눌려 있는 상황이었다.

 

수원에 거주하고 있는 한모씨(27·여)는 “길을 지날 때마다 가로수와 전선이 맞닿아 있는 걸 보면 불안하기 그지없다”며 “가로수 관리가 저렇게 안 돼서야 되겠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6일 오전 화성시 반월동 일대에 심겨 있는 가로수가 전선과 뒤엉켜 있다. 김기현기자

 

최근 전국 각지에서 나무에 따른 정전 등 피해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내 가로수 관리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방치할 경우엔 안전사고 등의 심각한 피해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한 만큼 체계적인 점검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산림청과 경기도 등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도에 식재된 가로수는 ▲2020년 110만2천991주 ▲2021년 113만274주 ▲2022년 117만4천100주로 집계되는 등 매년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각 지자체는 ‘도시숲 등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2조에 따른 각 조례와 산림청 ‘가로수 조성·관리 매뉴얼’에 근거, 가로수를 관리 중이다.

 

통상 봄과 가을에 1번씩 총 2번 주기적인 관리를 진행하는 동시에 민원이 접수될 때마다 수시로 점검하는 방식이다. 가지치기, 수형조절 등이 대표적인 관리 방법이다.

 

그러나 현재 도내 일부 가로수는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심한 곳은 가지가 전선과 맞물려 있거나 엽량이 과도해 주변 시야를 다 가리고 있을 정도다.

 

이런 영향 탓인지 최근 3년 동안 발생한 가로수 사고는 1만1천844건에 달한다. 올해 들어서도 최근까지 412건이나 발생했다. 이 중 경기지역은 113건이다.

 

이범현 성결대 도시디자인정보공학과 교수는 “기상악화로 가로수가 쓰러지거나 부러지는 것도 모두 관리 부실의 영향”이라며 “언제든 정전은 물론 압사나 화재까지 다양한 시민 안전 문제로 직결될 수 있는 만큼 선제적이고도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각 지자체가 인력 등 문제로 가로수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가로수 관련 사고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만큼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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