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교육환경보호구역 곳곳 술집 등 유해업소 버젓이 영업 전문가 “입점 심의 개선 필요”...道교육청 “학습권 보장 최선”
“학교에서 넘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퇴폐업소가 있다는 게 말이 됩니까?”
5일 오전 8시께 평택시 안중읍 경기물류고 후문에서 불과 30여m 떨어진 곳에 흰색 글씨로 ‘A 노래뮤비방’이라고 적힌 검은색 배경의 간판 1개가 눈에 띄었다. 이곳으로부터 약 50여m 떨어진 곳에서도 역시 노래방 등 10여곳이 성업 중이었다. 이들 업소는 대부분 여성 접객원을 두고, 주류를 판매하는 형태로 영업하고 있다는 게 주민들의 전언이다.
이날 오후 2시께 화성시 송산면 송산초 정문 상황도 마찬가지. 이곳에서 도보로 30초 거리에 있는 골목에는 ‘B 바’, ‘C 가요주점’ 등 10여개에 달하는 유흥업소가 즐비해 있었다. 마침 하교하는 남학생들이 자연스럽게 해당 골목 이곳저곳을 누비며 “저 여자그림 있는 가게에 들어갔다 와보라”는 말을 내뱉으며 장난을 치기도 했다.
이곳에서 만난 이모씨(44)는 “순수한 아이들이 유해시설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왜 방치하고 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 등을 위해 지정한 ‘교육환경보호구역’ 내에 여전히 유흥주점과 퇴폐업소 등 청소년 유해시설이 즐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관련 법이 도리어 건전한 교육환경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어 청소년 보호를 위해서라도 조속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현행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교육환경법)은 각급 학교주변 200m 이내를 교육환경보호구역으로 지정, 유해시설 입점을 막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제재에도 아직까지 도내 학교 주변에 유해시설이 무차별적으로 조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5년간 도내 교육환경보호구역 유해업소 단속 건수는 2018년 11건 에서 2019년 88건으로 늘었다가 2020년 49건으로 하락세를 보이다 2021년 97건, 지난해 222건 등으로 급증했다.
일각에선 교육환경보호위원회 심의 제도가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환경보호구역은 학교 경계를 기준으로 절대보호구역(50m)과 상대보호구역(200m)으로 나뉘는데, 위원회 심의만 통과하면 상대보호구역엔 유해시설이 들어설 수 있다. 2020~2022년 경기지역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유해시설 등 설치허가 누계건수는 2020년 5천147건, 2021년 5천21건, 2022년 4천433건 등이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는 “학교 주변에 유해시설이 자꾸 들어서면 결국 그 주변엔 계속 그런 시설이 들어오게 될 수밖에 없다”며 “청소년들이 일탈에 빠질 수 있는 우려가 큰 만큼 위원회 심의 제도 개선 등 법 제정 취지를 되살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법이 정하고 있는 내용에 따르고 있으나 분명 한계는 존재한다”면서도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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