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라진 환경, 달라진 계절 #달라져야 할 우리
지난 몇 달간 지구온난화로 인한 유례없는 폭우와 폭염으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고 건설 중인 아파트가 무너지고 대규모 철근 누락이 적발되며 ‘순살 아파트’라는 웃지 못할 별명이 생겼다. 뿐만 아니라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는 묻지마 범죄로 경찰은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했으며 마약청정국이던 우리나라는 이제 청소년들까지 마약에 손대고 있다.
이처럼 2023년의 여름은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의 설렘보다 유례없는 기상이변과 각종 사건사고로 국민 모두의 마음에 불안과 슬픔을 가득 채운 안타까움의 계절이었다.
이제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백로(白露)다. 유난히 뜨거웠던 지난 여름은 또다시 다가올 미래가 됐고, 지금이라도 과거를 성찰하고 철저히 대비하지 않는다면 불행한 참사는 다시금 우리의 눈앞에서 현실이 될 수 있다.
■ 안전보다 눈치보는 사회 #모난 돌이 정 맞는다
미국의 9·11테러 이후 조사위원들은 테러를 막지 못한 근본적인 원인으로 관리들의 ‘상상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알카에다의 위협을 정부기관에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의 지난 여름도 같은 맥락이다. 지구온난화를 막고자 탄소중립을 외쳤지만 정작 온난화가 가져올 자연재해에 대한 대비는 부족했고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다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의 이기심을 제어하지 못했으며, 예방보다 검거에 중점을 둔 범죄 대응책들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마약과 묻지마 범죄를 막아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는 위험신호를 포착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제언하는 사람에게 ‘유난을 떤다’고 말하며 배척하는 구시대적인 문화가 만연해 있다. 이와 같은 악습들이 결국 국민의 안전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음을 이제라도 깨달아야 한다.
■ 예방에는 완벽이 없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다가올 미래는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사건사고들로 가득할 것이고 과거에 기반한 현재의 매뉴얼로는 완벽히 대응할 수 없다. 이제는 ‘상상력’이 곧 매뉴얼이 돼야만 한다. 아주 작은 위험 요소에도 최선을 다해 대비해야만 비로소 국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완벽을 기해 준비하더라도 모든 위험을 예견할 수는 없을 것이다. 놓칠 수밖에 없는 작은 변수들은 결국 ‘기본’에 충실한 시스템으로 예방해야 한다.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유형별 대비책을 미리 마련하고 발생 즉시 현장과 각 기관이 유기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놓아야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즉각적인 현장 조치다. 언제, 누가, 어떤 방식으로 보고 받는지보다 현장에서 유연한 사고를 가능케 해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춰야 한다.
또 정부기관에서는 현장의 조치에 따라 적절한 사후 지원을 수행함과 동시에 급박한 현장에서 작은 실수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적극적으로 면책해 현장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 안전 값을 매길 수 없다 #가장 안전한 ‘인천’
우리 인천에도 장대형 교량과 해저터널, 인천공항과 인천항 등 안전을 위해 살펴야 할 요소가 많다. 뿐만 아니라 지금도 대규모 신도시와 함께 각종 기반시설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데 작은 사고가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관심’이다. 사회구성원 모두가 작은 위험에도 마치 큰일이 날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철저히 대비한다면 언젠가 대형 참사를 막아낸 ‘신의 한 수’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한 한 수들이 모이고 모여 모든 위험에 완벽히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낼 것이다.
그럼에도 안전을 위한 논의 과정에서 인력과 예산이라는 벽에 부딪히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시민의 안전에 대한 정책과 사회적 기반을 마련함에 있어 인력, 예산 같은 비용적인 문제는 결코 고려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시민의 안전은 곧 지역사회의 존속과 직결되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초석이다. ‘가장 안전한 인천’은 우리가 추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가치임을 항상 기억하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