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잘 살아보세

image
이한용 전곡선사박물관 관장

‘잘 살아보세’라는 노래가 있다. ‘새마을 노래’와 함께 1970년대를 풍미했던 소위 건전 가요 투톱이다. ‘잘 살아보세 잘 살아보세 우리도 한 번 잘 살아보세’ 가사는 간결하고 곡조는 간절하다. ‘우리도 한 번 잘 살아보자’라는 대목에서는 절박함이 짙게 묻어 나온다. 새벽종이 울리면 우리도 한 번 잘 살아보자는 각오를 다지며 부지런히 일했던 세대 덕에 우리도 이제는 제법 잘 살게 됐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2021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대한민국을 선진국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과연 명실상부한 ‘선진국’인가? 자신은 없다. ‘심리적 G8 국가’라는 자화자찬도 등장하고, 우리에게는 BTS와 블랙핑크가 있다며 케이팝, K-컬쳐의 세계화를 자랑스럽게 외치고 있지만 ‘우리가 정말 문화 선진국인가?’라는 질문에는 더욱 더 자신이 없어진다. 정말로 잘 사는 문화 선진국의 꿈은 아직도 이루지 못한 목표라고 우리 스스로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인류 생존 절체절명의 위기가 찾아온 빙하시대, 후기 구석기인들은 춥고 배고픈 고통스러운 삶의 현실에서 좌절하지 않고, 동굴 벽화를 그리고 구석기 비너스를 조각하면서 견뎌냈다. 현실의 고통을 잊게 해준 문화 예술이 고단했던 그들의 삶을 지탱해줬다.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하며 키워진 창의력은 인류에게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줬다. 그렇게 문화 예술로 무장한 덕에 인류는 살아남았다.

 

그렇다면 도대체 문화가 무엇이길래 우리는 여전히 문화가 꽃피는 도시, 문화 중심의 정책, 문화 향유의 기회 확대 등등 ‘문화’에 목마른 것일까? 문화에 대한 정의는 수백 가지가 넘는다. 그중 필자가 꼽는 백미는 ‘문화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맛과 멋’이라고 한 한국의 문화인류학자 조흥윤의 정의다. 잘 살게 된 우리가 여전히 뭔가 허전한 이유는 아직도 우리 사회에 ‘사람답게 사는 맛과 멋’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가장 쉽게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곳은 박물관·미술관이다. 인류가 쌓아놓은 문화적 성취가 고스란히 보관된 곳이 바로 박물관·미술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기도의 박물관·미술관 정책을 다루는 부서 명칭이 문화기반팀이다. 반석과 같이 튼튼한 문화의 기초를 박물관·미술관을 통해 이루겠다는 정책적 의지를 보여주는 부서명이다. 하지만 여전히 경기도의 박물관·미술관 정책은 서울과 비교해 낙후됐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그렇다고 무작정 서울을 따라 하기도 쉽지 않다. 서로 다른 지역적 특성을 가진 31개 시·군이 모인 경기도는 넓고 인구도 많기 때문이다. 집중화된 서울과는 차별되는 경기도형 박물관·미술관 정책이 간절한 이유다.

 

경기도는 2024년을 ‘도립 박물관·미술관 중흥 원년의 해’로 정하고 경기도를 ‘K-콘텐츠 기회수도’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늦었지만 늦지 않았다. 도립 박물관·미술관 중흥을 통해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맛과 멋’이 넘치는 경기도가 되길 바란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