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개인전에 수강생들이 관람 왔다. 예기치 않은 도슨트가 됐다. 작품을 놓고 미주알고주알 얘기하는 것이 내키지 않을 때가 있다. 황병승 시인이 인터뷰를 거절한 이유처럼, 그림도 관객이 보고 느끼고 해석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 작가의 의도를 다 알아버리면 화면은 이야기의 확장성이 없는 부동의 겉을 보는 것과 같을 수 있는 것이다. 어찌됐건 스케치도 겸해 왔으니 관람 후 근처의 보정동 카페거리를 찾았다.
아기자기하고 이국적인 정취가 담긴 젊은 분위기의 거리다. 커피, 파스타, 북카페, 레스토랑, 옷가게 등이 테라스와 마당으로 연결된 곳에 편안한 의자가 있는 풍경이 참 좋았다. 와플이나 크레이프 등의 브런치를 겸해 많은 나무 그림자가 터널을 이루고 있는 노천카페에서 그림부터 그릴 것을 괜히 중국집에 들어가서 시간을 많이 놓쳤다. 이 거리는 인근에 대학이 있어 문화특화거리로 조성되고 있었다. 모두 떠나고 수강생 철호님과 노천카페에서 스케치하며 커피 한 잔을 나눈다.
철호님은 몇 해 전에 아내를 잃고 몹시 허전해하는 모습이 드리워져 있다. 암으로 세상을 떠나셨다고 했는데 아직도 프로필 사진엔 아내와 찍은 사진이 그의 그림으로 남아 있다. 병세가 심해지자 여보 살려달라고 매달릴 땐 세상이 무너지는 것처럼 슬펐다고 한다. 아직도 일주일에 한 번 아내의 묘소를 찾는다는 그의 아내 사랑에 나도 함께 눈시울을 적셨다.
그림 속엔 이렇게 적혀 있다. “당신과 함께해서 행복했어요.” 박 선생님의 남은 인생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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