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신건강 토크콘서트’ 참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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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정 전 경기도 복지여성실장·목사

최근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에 의한 흉악범죄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정신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고 급기야 대통령이 획기적인 인프라를 마련하라고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지난달 12일 오후 수원시 정신건강사업단이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정신건강 2.0을 위한 토크콘서트’를 개최한 것은 의미 있고 성과 또한 컸다고 평가하고 싶다.

 

정신건강사업단은 ‘행복정신 건강복지센터’, ‘아동청소년 정신건강복지센터’, ‘성인정신건강복지센터’, ‘노인정신건강복지센터’, ‘자살예방센터’,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등 6곳의 센터를 설립, 운영하고 있다.

 

정신건강사업단이 이 행사에서 전하는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우선 그동안 정신질환 관련 제도가 많이 개선됐고 대중의 편견이 크게 불식돼 정신질환자에 대한 불이익이 거의 사라졌으므로 치료를 꺼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제일 먼저 강조됐다. 둘째는, 약물의 부작용이나 중독성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오히려 빠른 치료를 도와준다는 의학적 설명이 있었다. 셋째는, 정신건강사업단에서는 정신건강 검진·상담·치료 프로그램 제공, 지역사회자원 연계 활동을 하고 있으므로 정신질환이 고민되는 시민들이 적극 이용하기를 바라는 권고가 있었다.

 

설명과 질의 답변은 각 센터장이 직접 진행했다. 필자는 오랫동안 우울증약을 복용해 온 사람임을 밝히고 어떻게 하면 약을 끊을 수 있는지 물었다. 이에 대해 조용혁 성인정신건강 복지센터장(아주대병원 교수)은 “이 자리에서 용기 있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줘 감사하다”며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꾸준히 치료하면 약을 점차 줄이고 나중에는 복용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했다. 각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정신질환 유형별로 치료 약값을 지원해주고 있다는 홍창형 행복정신건강 복지센터장(아주대병원 교수)의 말은 필자뿐만 아니라 참석자 모두에게 보너스 정보였다.

 

우리나라 정신질환은 해마다 증가 추세에 있고 자살률은 2003년 이후 2017년을 제외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안병은 자살예방센터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15~29세 청년층의 사망 원인 중 첫 번째가 자살이라고 강조했다. 즉, 국가의 미래를 이끌어 갈 청소년과 청년들의 정신건강 혹은 심리적 문제가 심각하고 위태롭다는 말이다.

 

정신질환을 치료하지 않으면 개인과 가족의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짐은 물론 자살이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강력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신장애인의 강력범죄율이 일반인의 10배에 달한다는 보도도 있다.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된 신림역과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대전 고교 교사 피습사건,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2019년 진주아파트 방화·살인사건 범인은 모두 정신질환 병력이 있었으며 치료를 중단한 공통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정신질환에 대해 부끄러워 하지 말고 조기에 치료하라고 조언한다.

 

필자는 행사장에서 그리고 지면을 통해 우울증 환자임을 커밍아웃했다. 정신질환이 있어 고민하는 독자와 경험을 공유하며 서로를 위해 기도하고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운영하는 여러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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