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들 쌩쌩 ‘위험천만’...보행자 우선도로 없다 [현장, 그곳&]

도내 고작 3곳 서울 106곳과 대조
3년간 보행자 교통사고 매년 증가
차량 과속 빈번… 대책 마련 시급
道 “필요성 적극 공감 확충 앞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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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10시께 보행자 우선도로인 평택시 이충동의 한 도로에서 시민이 차량을 피해 길을 건너고 있다. 김기현기자

 

“좁은 길에서 왜 저렇게까지 내달리는지…보행자는 보이지도 않나 봐요.”

 

25일 오전 8시께 화성시 송산면 송산초 앞 도로. 이곳은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가 밀집해 있고, 다수의 주택과 상업시설까지 있어 차량과 보행자가 뒤엉키는 모습이 시도 때도 없이 연출됐다. 하지만 이 일대를 지나는 시민들을 지켜줄 인도는 어디에도 없었다. 이 때문에 이곳을 통학로로 삼는 어린 학생들부터 어르신들까지 차량이 지날때면 도로 양 끝으로 몸을 붙였다 떼기를 반복하며 위험천만한 보행을 이어갔다.

 

같은 날 오전 10시께 평택시 안중읍 안중고 앞 도로 사정도 마찬가지. 인도 없이 왕복 1차선으로 이뤄져 있는 이 도로 양쪽으로 불법 주차돼 있는 차량이 즐비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일부 차량들은 급출발과 급정거를 반복하며 아찔한 주행을 이어갔다. 갑자기 다가온 차량을 본 보행자들이 불법주차된 차량 사이로 몸을 숨겼다 걷는 위험한 상황도 곳곳에서 펼쳐졌다. 신모씨(27·평택)는 “이렇게 좁은 도로에서 왜 저렇게 내달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곳은 옛날부터 위험했던 곳인데, 왜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따졌다.

 

최근 3년간 경기도내 보행자 교통사고가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보행자 우선도로' 지정은 제자리 걸음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도입 1년이 지나도록 경기도내 보행자 우선도로는 고작 3곳에 그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행정안전부와 경기남·북부경찰청 등에 따르면 보행자 우선도로는 지난해 7월 도로와 인도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거리에서 보행자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그러나 경기지역 보행자 우선도로는 3곳밖에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평택 1곳, 연천 2곳 등이다. 이는 서울(106곳)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전북(22곳)과 비교해도 적은 수치다.

 

게다가 최근 3년간 경기지역 보행자 교통사고는 총 2만5천374건으로, 매년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어 대책 마련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2020년 8천79건, 2021년 8천349건 2022년 8천946건 등으로, 이로 인해 594명이 목숨을 잃고, 2만5천729명이 부상을 입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안전거리를 유지하지 않고, 과속하는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거리를 누비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특히 보행자 교통사고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보행자 우선도로를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도 관계자는 “보행자 우선도로의 필요성에 적극 공감하고 있다”며 “도민 안전을 위해서라도 시·군과 함께 보행자 우선도로 확충에 앞장서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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