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탱크 위 용접·용단작업  “이제 제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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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국 안전보건공단 경기지역본부 화학사고예방센터장

청명한 하늘 아래에서 주위의 모든 사물이 서서히 초록에서 붉은 색으로 옷을 갈아입는 본격적인 가을의 계절이다. 이번 여름은 유난히도 길고 더워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힘든 시기였다. 특히, 폭염으로 인해 외부 작업자의 온열질환 사고가 속출하여 산업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올해 여름은 더욱 더 힘든 계절이었던 것 같다. 이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오면 추위로 인해 연료 등 인화물질 사용에 의한 화재와 빙판 위 넘어짐 등 겨울철에 많이 발생되는 사고유형이 집중된다.

 

하지만, 계절과 무관하게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대형 화재·폭발사고로 이어져 큰 인명피해를 주는 안타까운 사고의 유형이 있다. 그것이 바로 ‘화재․폭발 위험장소에서의 화기작업’이다. 다시 말해, 위험물질(인화물질 등)이 존재하는 탱크, 밀폐공간 등 화재․폭발이 위험이 존재하는 장소에서 ‘용접․용단작업으로 비산된 불꽃이 탱크 내로 유입되어 그 안에 체류된 유증기를 점화시켜 대형 폭발사고를 일으키는 것’이다.

 

작년에 경기도에서 폐유기용제 저장탱크 보수작업을 위해 탱크 상부에서 용접작업을 하던 작업자 2명이 화재․폭발사고로 아까운 목숨을 잃었고, 최근 얼마 전에는 사료공장 옥수수 기름 탱크 위에 배관설치 용접작업 중 폭발로 인해 탱크 상부 지붕이 날아가 그 위에서 작업하던 작업자 2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산업현장에서 노동자의 귀중한 생명을 잃어 부모, 형제들에게 크나큰 슬픔과 고통을 남겨 평생의 한을 맺히게 하였다.

 

최근 10년간 용접․용단관련 산업재해 800여건을 분석한 결과 화재사고가 61.6%, 폭발사고가 33.6%로 거의 대부분이 화재·폭발로 이어진다.

 

‘매번 이렇게 반복되는 사고를 그만 멈추게 할 수는 없는 것일까?’하는 고민을 하다 보면 화기작업 시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사항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이는 화기작업 시 안전작업허가 절차에 따라 사전 안전조치 확인 등 안전한 작업환경 조성이 선행되어야 하나, 설마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탱크 내에 위험성을 확인하지 않는 등 안전절차의 생략과 이를 감독하는 관리자의 부재가 엄청난 인적․물적 피해를 일으키는 큰 대형 폭발사고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혹자는 “지금까지 몇 십년동안 똑같이 작업을 했어, 그래도 사고는 없었거든, 그냥 해”라고 윗사람이 지시한다고 한다. 참으로 암담한 말이다. “지금까지 당신의 목숨은 행운에 맡겨진 삶이었고, 이 방식대로 작업을 계속하는 한 사고는 내일이 될 지 일 년 후가 될 지 운에 맡겨야 할 것입니다” 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럼, 인화성 물질 취급 장소(탱크 위 등)에서 용접·용단 작업 시 화재·폭발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 확인은 무엇이 중요할까?

 

첫째, 위험작업 전 안전작업계획서를 작성하는 것으로 위험장소의 위험성을 파악하는 등 위험성 평가를 실시하여 안전작업절차를 마련한다. 둘째, 안전작업절차 준수 확인이다. 저장탱크, 배관의 용접·용단 등 위험작업 전 현장 안전조치가 필수적이다. (위험물 제거, 물 세척, 퍼지 등)

 

마지막으로 위의 사항에 철저하게 지킬 수 있을 때 용접․용단 작업의 위험작업 사전 승인(허가)이다. 또한, 사업주나 관리감독자는 사전 안전조치를 철저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해당 근로자를 교육 하고, TBM(Tool Box Meeting) 통해 관리범위 내에 들어오게 하는 등 관리와 감독을 강화하해야만 안전한 작업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공단에서는 화학공장의 비정상작업 즉, 탱크 등의 위험장소의 화기 작업 등 위험작업이 이루어질 경우 사전 예방활동으로 화학사고 위험 경보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컨설팅 및 사후관리를 통해 화학공장의 정비·보수기간 중에 사고예방을 위한 관리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용접작업 등 단기간 정비․보수작업은 영세한 하도급 업체를 통해 이루어져 도급 사업주 및 관리자의 지원 및 평가 등 안전 분위기가 조성이 되어야 만 안전을 담보 할 수 있다.

 

도급 사업장은 수급업체의 올바른 안전인식에 충실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이를 지원하는 인적·물적 자원의 아낌없는 투자가 이루어지는 조직문화가 정착되어야 만 사고를 예방하는 지름길이라 생각한다.

 

현재, 시행 중인 중대재해처벌법 등 관련 법규에 따라 원청 사업주의 안전경영 책임의 강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하청업체와 상생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함에 따라 원청 및 하청 사업주의 관심과 노력은 필수적이라 하겠다.

 

올해도 두 달이면 끝이 난다. 올해 목표 달성을 위해 제일 박차를 가하는 시기로 이런 때에는 마음이 조급해 진다. 특히 겨울철 대비 사업장에서 화기작업이 포함되는 정비․보수작업 일정이 급하게 이루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속담도 있지 않는가? 서두르면 도리어 일을 망치고 결국에는 후회하는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원·하청 사업장이 함께 안전을 챙기면서 모든 일에 천천히 임하자! 이런 조직문화가 정착된다면 다시는 용접․용단작업에서의 폭발사고로 인한 귀중한 생명을 잃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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