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기아챌린지 ECO 프로젝트] 10. 인류의 식량을 지키는 직업, 꿀벌 의사

image
(왼쪽부터)김희주(21), 이시우(21), 강윤지(20), 김민재(23), 안상원(25)

 

기아 AutoLand 화성과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지역본부가 ‘기아 ECO 서포터즈’와 함께 친환경 교육, 환경 이슈 캠페인 등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올해 열 번째로 소개할 팀은 김희주(21), 이시우(21), 강윤지(20), 김민재(23), 안상원 학생(25)으로 구성된 ‘에코쿵야’다. 이들은 식량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꿀벌을 돌보는 직업군인 ‘꿀벌 의사’에 관해 알아봤다. 이하 ‘에코쿵야’ 팀이 작성한 글.

 

■ 꿀벌 없는 식탁, 심각한 꿀벌 개체수 감소 문제

 

‘꿀벌이 사라지면 식량도 사라진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해마다 꿀벌은 700조원 규모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한다. 야생식물종의 90%, 세계 식량작물의 75%가 꿀벌의 수분에 의존해 열매를 맺기 때문이다.

 

꿀벌이 직접 따온 벌꿀은 물론 아몬드, 커피, 호박씨, 카놀라유, 딸기, 수박 등의 과채 및 견과류, 이를 사료로 삼는 가축들에게서 나오는 육류 및 유제품까지 모두 꿀벌이 책임진다. 꿀벌 없는 식탁은 상상할 수 없다.

 

꿀벌의 수가 감소하는 원인에는 대표적으로 농약 살포, 전염병이 있다. 농약 살포의 경우 직접 농약의 영향을 받아 죽기도 하고 농약이 묻은 꽃가루나 꿀을 먹다가 약에 오염되기도 하는 등 꿀벌 개체수 감소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최근 지구 온난화로 인해 극성인 소나무재선충을 잡기 위해 전국적으로 농약을 살포하고 있고, 이는 꿀벌에게 치명적이다. 벌집에 돌아가는 경우 더 큰 문제가 발생하는데 몸에 묻은 약품이 다른 꿀벌에게 영향을 줘 더 큰 피해로 이어진다.

 

전염병의 경우가 더 위협적이다. 한국이 전 세계에서 양봉 밀도 1위 국가이고 꿀벌은 일반적인 가축과는 다르게 활동 범위를 제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꿀벌 기생충, 응애는 낭충봉아부패병, 부저병 등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이 커지고 있으며 2022년 꿀벌 폐사 문제 현장조사 결과 꿀벌 폐사가 발생한 대부분의 농가에서 응애가 발견된 사례가 있다.

 

꿀벌 개체수 감소로 인해 양봉 농가에 직접적인 타격이 커지고 있다. 양봉농협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는 250만개의 벌통이 있다고 추정되는데 최근에는 120만~130만개까지 감소했다.

 

시설재배 농가도 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꿀벌은 화분 매개 작용을 하면서 착과율, 당도를 높이고 이상 과형이 나오는 것을 방지해 주는 역할을 한다. 꿀벌 개체수 감소로 인해 과일의 생산량과 질이 떨어지고 있다.

 

과학계에서는 2035년 꿀벌이 멸종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나타낸다. 국내에서는 2020년부터 꿀벌의 개체수가 가시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2021년 약 80억마리, 2022년에는 약 100억마리의 꿀벌이 사라졌다. 대부분 10~11월에 집단 폐사가 발생한다. 이에 가을철에는 꿀벌 의사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이러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식량을 지키는 꿀벌 의사

 

그렇다면 꿀벌 의사는 어떤 방식으로 꿀벌과 우리의 식량을 지키고 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허주행 꿀벌 수의사를 만났다. 꿀벌 의사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가축, 꿀벌의 질병을 치유하는 주치의다.

 

현재 꿀벌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수의사는 허주행 수의사를 포함해 두 명뿐. 이들은 강원도 전방부터 제주도까지 전국 곳곳의 농가 현장 등을 방문한다.

 

안성에 위치한 한국양봉농협 동물병원을 거점 삼아 직접 출장 진료를 다니는 허주행 수의사는 “현재 한국양봉농협과 꿀벌동물병원이 업무협약(MOU)을 맺고 진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꿀벌도 사람처럼 설사부터 마비 증상까지 정말 다양한 질병을 보인다”며 “예를 들어 먹이를 잘못 먹거나 질병의 의해 설사를 하게 되면 잘 날지 못하고 기어다닌다. 또 감기 같은 바이러스 질병에 걸렸을 때는 운동능력을 담당하는 뇌가 손상을 입어 정상적인 활동을 보이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2013년 생긴 수의사 처방전 제도에 따르면 꿀벌은 축산법상 가축으로 분류돼 있다. 약품에 대한 오남용을 방지하고 적절한 투약으로 안전하게 소유 동물을 관리하기 위해 항생제와 같은 약을 쓰더라도 소, 돼지처럼 수의사를 통해 처방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작년 대전·전남지역의 양봉 농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수의사와 상담해본 적이 있는가’를 묻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꿀벌 수의사 인력이 두 명뿐이어서 농가로서도 ‘꿀벌을 돈 내고 진료받는다’는 인식이 자리 잡지 못한 것이다.

 

허 수의사는 “이 때문에 꿀벌에게 사용하는 항생제는 현재까지 한 종류인데, 세균성 질병이 아닌 경우에도 사용하는 문제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며 “게다가 허가도 제대로 받지 않은 유사 약품마저 횡행하고 있어 잘못된 약품 사용으로 벌 군체가 망가진 후에야 진료 의뢰가 들어오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월26일 한국 양봉농협 네츄럴100허니카페에서 허주행 꿀벌 수의사(왼쪽)와 에코쿵야 팀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에코쿵야 팀 제공
지난 9월26일 한국 양봉농협 네츄럴100허니카페에서 허주행 꿀벌 수의사(왼쪽)와 에코쿵야 팀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에코쿵야 팀 제공

 

■ 꿀벌 위한 양봉교육 플랫폼 구축해야

 

따라서 양봉교육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 올바른 약품 사용법, 각종 질병의 증상과 대응 방법 등 건강하게 꿀벌을 키울 수 있도록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셈이다. 최근에는 스마트 벌집으로 벌통 내부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해 꿀벌을 관리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이를 양봉 농가에 보급해 원격으로 꿀벌을 진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꿀벌은 멸종위기종이 될 위기에 처해 있다. 이에 허주행 꿀벌 수의사는 “관심을 가져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지만 일반 시민부터 정부까지 꿀벌의 공익적 가치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글·사진=기아 AutoLand 화성 2023년 기아 ECO 서포터즈 ‘에코쿵야’팀·정리=송상호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