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 어긴 ‘과속방지턱’… 되레 ‘사고유발턱’ [현장, 그곳&]

도색 벗겨지고 표지판 없는 곳 ‘다수’
턱 높으면 차량 내부 충돌 위험도
운전자 안전 위협·차량 훼손 우려
道 “정비 필요한 곳 점검 후 재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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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수원특례시 장안구의 한 주택가 도로에 있는 과속방지턱이 규정보다 높게 설치돼 있어 운전자들이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오민주기자

 

“도로와 분간이 어려운 과속방지턱 넘다가 ‘덜커덩’하는 충격에 놀랄 때가 많습니다.”

 

16일 오전 10시께 수원특례시 장안구의 한 주택가 도로. 2차선 도로에 설치된 과속방지턱을 지나가는 차들이 순간적으로 튀어 오르며 덜컹거리는 소리가 났다. 취재진이 시속 30㎞로 속도를 줄이며 과속방지턱을 넘었는데도 몸이 휘청이며 ‘쿵’ 소리가 났다. 트럭 운전자 진모씨(60대)는 “특히 어두워지면 과속방지턱이 잘 보이지 않아 위험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자주 지나다니는 길이라서 차량도 훼손될까 봐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날 화성시의 한 도로에 설치된 과속방지턱도 마찬가지. 절반이 도색이 벗겨져 있어 회색빛 아스팔트 도로와 다름없었다. 더욱이 과속방지턱을 알려주는 안내 표지판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한 승용차는 과속방지턱을 인식하지 못한 듯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지나갔다.

 

규정을 무시한 채 설치된 경기도내 과속방지턱이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국토교통부와 경기도 등에 따르면 과속방지턱은 차량의 과속 주행을 방지하기 위해 차량 속도를 제어하는 시설물이다. 경기지역에 설치된 과속방지턱은 총 4만4천362개(지난해 9월 기준)다.

 

국토교통부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 지침을 보면 과속방지턱은 폭 3.6m 이하 도로에서는 높이 10cm를 넘지 말아야 하며, 노란색 반사성 도료를 사용해 도색해야 한다. 또한 운전자들이 과속방지턱을 사전에 인식할 수 있도록 30∼100m 이내에 교통안전 표지판을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도내 일부 과속방지턱이 규정에 맞지 않게 설치돼 있거나 도색이 벗겨져 있는 등 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나타나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수범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과속방지턱의 도색이 벗겨지면 반사 성능이 떨어지는 데다가 안전 표지판조차 없으면 운전자가 과속방지턱을 인지하지 못해 사고 발생 위험이 커진다”며 “특히 높이가 높으면 몸이 흔들리며 차량 내부와 충돌할 위험이 커져 주행 안정성을 해치는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도와 일선 지자체 관계자는 “설치돼 있는 과속방지턱이 많아 일일이 관리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도 “정비가 필요한 곳은 현장점검 후 재설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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