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어반스케치] 내 안의 그림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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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오고 새봄이 오기도 전에 문화센터는 새 학기가 시작됐다. 교복을 입고 긴장과 설렘으로 들어서던 학창 시절의 교실이 생각난다. 이젠 대부분 서른도 마흔도 넘긴 중년의 수강생들이 나의 그림 교실에 들어서는 모습을 바라본다. 이번 학기도 반은 떠났고 반은 다시 들어왔다. 사정이 있어 못 나오는 수강생도 아쉽지만 새로 채워지는 신입생이 너무나 궁금하고 반갑다.

 

사는 동네는 어딘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오게 된 동기까지 본인 소개가 주어졌다. 한 여성이 일어서더니 ‘저는 이곳에 놀러 왔습니다’라고 의연하게 말했다. 수강의 동기와 목적이 각기 다르게 부풀어 있지만 의외의 왜소한 대답이 마음에 닿았다. 취미 생활에 많은 욕심이 들어가면 오히려 잘 풀리지 않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이번 분기도 좋은 수업이 됐으면 좋겠다. 오늘은 야간반 수업이다. 4개 분기째 수강하는 한진옥 님이 카페 풍경을 그렸다. 느낌 좋은 그림이다. 힘든 직장 일을 마치고 이곳까지 와서 야학하는 그녀의 성실한 꿈을 응원한다. 멋진 외모 못지않게 그림에도 열정을 가꾸는 모습이 아름답다. 오늘도 3시간, 모두가 마음을 정화하는 집중 또한 경건하다. ‘죽을 것 같은 세 시간쯤을 잘라낸 시간의 뭉치’라는 이병률 시인의 시 한 대목이 생각난다. 자신이 그리고 있는 것이 그림이 아니라 엄숙한 몰입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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