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지고, 쓰레기 쌓이고”…지하철 환기구 관리 엉망 [현장, 그곳&]

도내 일부 지하철 환기구 관리 부실...담배꽁초 투기도 늘어 화재 우려 커 
코레일 “수시로 현장순회 점검할 것”

수인분당선 매탄권선역 4번 출구 앞 돌출형 환기구 안전 펜스가 파손된 채 방치돼 있다. 김기현기자
수인분당선 매탄권선역 4번 출구 앞 돌출형 환기구 안전 펜스가 파손된 채 방치돼 있다. 김기현기자

 

“환기구 관리가 너무 엉망이네요. 사고라도 날까 무섭습니다.”

 

28일 오전 9시께 수인분당선 매탄권선역 4번 출구 앞. 가로 약 5m, 세로 약 2m, 높이 1m가량 규모의 돌출형 환기구 상단을 둘러싼 안전 펜스 일부가 파손된 채 방치돼 있었다. 환기구로의 진입이 차단되지 않아 자칫하면 추락 사고로 이어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

 

같은 날 오전 11시께 수인분당선 상갈역 인근 4개의 돌출형 환기구 주변에서도 위험천만한 모습들이 포착됐다. 환기구 안전 펜스 안쪽 철제 덮개 위엔 나뭇잎과 함께 마스크, 물병, 우산 등 쓰레기가 가득 차 있었고, 이곳을 지나던 한 남성은 불씨가 남아 있는 담배꽁초를 환기구 위에 버리기도 했다.

 

조모씨(27)는 “지하철을 이용할 때마다 환기구가 쓰레기로 뒤덮여 있거나 안전 펜스가 파손돼 있는 경우를 자주 본다”며 “사고라도 나는 거 아닌가 걱정된다”고 불안해했다.

 

경기지역 일부 지하철 환기구 관리가 부실하게 이뤄지면서 추락과 화재 등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다.

 

수인분당선 상갈역 인근 돌출형 환기구에 나뭇잎, 마스크, 물병, 음료수 캔, 우산 등 각종 쓰레기가 가득 차 있다. 김기현기자
수인분당선 상갈역 인근 돌출형 환기구에 나뭇잎, 마스크, 물병, 음료수 캔, 우산 등 각종 쓰레기가 가득 차 있다. 김기현기자

 

이날 한국철도공사(이하 코레일)와 서울교통공사, 서울시메트로 등에 따르면 현재 세 기관이 운영 중인 수도권 1~9호선, 수인분당선 등에 설치된 환기구는 총 2천496개에 달한다.

 

지하철 환기구는 부지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인도 등에 두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환기구는 보통 내부의 오염된 공기를 지상으로 빼내는 배기구와 외부의 신선한 공기를 지하로 들이는 흡기구로 구성되는데, 흡기구는 공기의 신선도를 고려해 주로 돌출형으로 조성된다. 배기구 역시 보행자 안전과 노면수 유입 방지 등을 위해 돌출형으로 설치되는 추세다.

 

이처럼 돌출형 환기구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관리 부실로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더욱이 일부 시민이 안전 펜스가 환기구 사방을 가로막고 있다는 점을 악용해 각종 쓰레기는 물론, 담배꽁초까지 버리는 경우도 늘어나면서 화재 위험마저 커지고 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환기구 관리가 부실할 경우 각종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시민 안전 의식 제고를 위한 홍보 강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수시로 순회 점검을 돌며 환기구를 관리하고 있다”며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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