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상 다산문화예술진흥원장
코로나 이후 집콕시대와 온라인 세상이 열리며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2024년은 문화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정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앞으로의 미래는 코로나 이전과 같을 수 없다. 극개인주의화되고 온라인 세상에 익숙한 ‘신인류’에 맞는 문화 트렌드를 주목하고 문화 콘텐츠의 개발에 힘써야 한다.
2024년 주목할 문화 현상은 마이 AI(my AI)시대로, 이제 모든 분야에서 직접 AI를 접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AI는 단순히 행정 업무의 자동화뿐만 아니라 업무 분배, 소외계층에 대한 돌봄 역량 확대, 미디어 콘텐츠 제작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다.
개인화된 인공지능 시대에 접어들었다. 개발자와 인공지능 사이의 새로운 창의력 역동성은 현대의 문화와 산업에 이미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상환경에서 인공지능이 창출하는 가치와 통찰력은 인간이 창출하는 것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기계인 인공지능을 협력자나 창조적 파트너로 인정한다면 현재의 산업만이 아니라 디지털 매체에 익숙한 세대가 진출한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 인격화는 더욱 심화 될 것이다. 인간과 기계의 이러한 새로운 관계사회에 정착할수록 ‘도구’이자 동시에 ‘친구’인 기계가 등장할 것이다. 독자적 능력을 갖춘 기계는 또 다시 기계가 창조해 내는 가상세계에서 인간의 창의적 활동에 영향을 미치고, 그 결과 인간과 인공지능이 동등한 창작자로서 지위를 확보하는 창작 커뮤니티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생겨날 수 있다. 급속한 변화 속에서 본질을 유지하며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기회를 포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문화 예술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오고 있다. ‘구독’과 ‘좋아요’로 대변되는 콘텐츠와 넥플렉스, 티빙, 유튜브 같은 동영상 플랫폼뿐만 아니라 멜론, 스포티파이 같은 음악 감상 플랫폼에 빠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도 한때 유행처럼 지나가고 짧게, 빠르게, 단순하게로 정의되는 ‘숏폼 콘텐츠’가 올해의 트렌드다. 15초 내외의 짧은 동영상 틱톡의 인기부터 인스타 등 기존 긴 영상에서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직접 골라보듯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개인 맞춤형이 많아질 것이다. 30초에서 90초의 짧고 핵심만 담은 숏폼 콘텐츠의 인기로, 문화현장도 역시 숏폼처럼 간결하면서도 스토리가 있는 높은 밀도의 콘텐츠가 요구된다. 식상하지 않은 빠른 전달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
주목하고 집중해야 할 현상은 지역 문화자원을 활용한 콘텐츠 발굴이다. 지역 축제의 경우 상투적인 콘텐츠와 천편일률적인 먹거리 등 여러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전통문화도 미래가치로 변환시키지 않으면 기억 속에서 사라질 위기다. 지역 문화자원을 최대한 활용한 콘텐츠를 발굴해야 한다. 가까운 지역 문화재를 기반으로 역사, 전통문화, 문학,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와 비영리로써 문화예술의 공공가치를 강화해 나가는 ‘문화매개’에 주도권을 시민에게 돌려주는 일이다. 문화제와 대중을 연결하여 문화적·사회적 가치를 확장하고 증대하는 것이 적합하다.
‘소확행’은 MZ세대의 트렌드다. 소확행은 새로운 문화매개자를 끌어들이고 점점 그 저변을 넓혀왔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젊은 감각으로 무장한 문화매개자들의 활동이 문화도시의 자신감을 확산하며 질적 제고를 가능케 한다. 문화재와 문화제, 전통문화를 고루한 옛틀에 가두어 놓는 것이 아니라 요즘의 ‘힙’한 것들과 연결짓고, 새로운 미디어를 통해 향유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가야 미래가 있다.
2024년에도 팬데믹이 가져온 ‘초개인화’ 트렌드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초개인화된 시대 속에서 시대의 흐름을 포착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크게 유행하고 오래 지속 가능한 ‘메가트렌드’라는 것도 이제 찾아보기 어려운 전설이 되었다. 트렌드 이면에 있는 대중의 열망을 읽어내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초개인화된 청년세대라 하더라도, 함께 공감하고 열망하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청년들이 향유하는 문화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앞으로의 시대가 어떤 대전환을 마주하더라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만큼 유연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 고착화된 틀을 깨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문화 예술의 영역은 대중에게 외면받고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질 것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