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경장

남종섭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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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사상가 율곡 이이는 대표적인 경장론자였다. 어느 국가나 사회든 생성기, 창업기, 수성기, 멸망, 소멸의 단계가 있고 수성기와 멸망 사이에 경장(更張)이 필요하다는 것이 경장론의 주요 내용이다. 여기서 ‘경장’이란 팽팽하게 조여 다시 긴장시킨다는 뜻으로 변화의 시기에 맞춰 법이나 제도,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것을 뜻한다.

 

이이는 당시 조선이 법과 제도가 변화된 시대를 반영하지 못해 경장이 필요한 시기였다고 생각했다.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법과 제도가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발전의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방의회 전문위원 정수와 사무처 조직 구성을 규정한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 기준 등에 관한 규정’도 그중 하나다.

 

경기도의 경우 지속적인 인구 증가로 의원 정수가 156명으로 제10대 의회보다 14명이나 늘어났지만 입법을 지원하는 전문위원 정수는 여전히 의원 정수 131명 기준인 24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전국 최대 광역의회인 경기도의회는 전문위원 1명당 지원하는 의원 수가 6.5명으로 전국 광역의회 평균인 4.1명의 1.6배에 달한다. 경기도의회 의원들이 타 광역의회보다 제대로 된 입법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의회 사무처 조직 구성도 문제다. 인구수 및 의원정수에 상관없이 의회사무처장과 담당관 설치만을 획일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의회의 경우 6담당관실, 13전문위원실, 78명의 정책지원과 등의 방대한 조직을 사무처장이 직접 통솔하다 보니 업무 가중과 한계에 봉착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이는 선조에게 바친 상소문인 ‘만언봉사’에서 경장의 방법으로 때를 아는 것(時宜)과 인습에 안주하거나 집착하지 않고 변화된 시대나 생활에 맞춰 실질(實質)에 힘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 기준 등에 관한 규정’이 변화하는 시대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변화된 상황에 맞춰 제도를 개선해 지방의회의 효율성과 효용성이라는 실질을 추구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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