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대동회 풍속문화

오영학 한국유품정리관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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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풍속학자의 견지에서가 아닌 행정인 시각에서 쓴다는 점을 미리 밝혀 둔다. 필자가 1960년대 소년 시절 거주한 서울 한수 이남(漢水以南) 노량진 한강변의 마을에서는 정월 대보름경에 손없는 날을 택해 일몰 전 마을 뒷산에 위치한 서낭당(마을을 수호하는 서낭신을 모셔놓은 신당)에서 주민들의 무병(無病)과 물놀이 사고, 액운(厄運) 방지 등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마을 제사인 당제(堂祭)를 지냈다.

 

동네 입구 가게집에 며칠 동안 장부를 놓고 주민들이 모금해 음식을 장만하고 어른들이 한복 두루마기 정장으로 제사를 지내는 일종의 토속신앙이다. 아이들은 음식 먹는 기대에 심부름을 하며 따른다. 제사 후에는 마을 마당에 모두가 모여 술과 음식을 즐기며 동네 한 해 일들을 상의하고 결정한다.

 

당시 1인당 국민소득 100달러 안팎인 어려운 시대의 이야기이지만 우리 민족은 조상의 얼을 소중하게 지켜가는 혼을 가진 국민이라는 데서 값진 의미를 찾고 싶다.

 

필자는 지금 배나무골로 불리는 수원의 촌락형 마을에 50년을 거주하고 있는데 빠짐없이 해마다 정월 대보름경에 대동회 행사를 개최한다. 대동회는 마을 살림살이를 의논하고 통장 선출 등 주요 사안을 의결하는 자치적인 집회다. 옛적에는 마을의 안녕을 위해 동제(洞祭)를 지내고 난 이튿날 마을회관 등에서 대동회를 여는 것이 일반적이나 근자에는 동제 없이 부녀회 주민들이 음식을 직접 장만해 행사를 한다.

 

올해는 통장 이‧취임과 경비 결산 보고 등이 주요 의제였고 서로 설 명절 인사를 나누고 술과 식사를 들며 화합을 도모하는 데 큰 의의를 두고 있다.

 

통장 이‧취임식에는 외·내조의 역할이 큰 부인과 남편이 곁에서 같이 자리를 하고 아울러 한 해 동안 함께 마을 일을 돌보는 반장을 소개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임하는 통장에게는 노고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선물 증정도 바람직한 조치다.

 

한편 새로 이사를 온 분들에 대한 소개는 주민들 간에 얼굴을 익힐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한편 따로 날을 잡아 상품을 준비해 윷놀이를 즐기는데 술과 음식은 물론이다.

 

시대와 생활환경의 변화에 따라 풍속의 형태도 달라지고 있음을 반추해 볼 때 1970년대부터 행정기관에서 전국적으로 본격화된 반상회의 유래라고도 볼 수 있다. 이 같은 풍속문화를 소개하는 의도는 한마디로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성격의 취지를 살려 이웃 간의 우애와 소통의 자리를 갖는다는 데 의의를 둔다.

 

필자도 도농복합형의 신도시 지역에서 행정기관장을 경험한 바 있어서인지 일선 행정 조직의 책임자인 동장이 방문, 인사를 통해 안면을 익히는 것도 필요하다고 여긴다.

 

이 같은 회합이 대부분 어른들이 중심이 되고 있는데 장차 마을의 중추가 될 청소년층도 함께 참여해 애향심을 고취하고 한편 자연스럽게 이웃을 모르고 지내는 도시 생활 세태에서 서로 소통과 친목을 도모하는 자율적 마을(동네) 풍속문화로 정착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에 제도적으로 대동회 육성 방안을 모색하면 어떨까 제안한다. 대동회는 다른 한마디로 가치 있는 전통이고 우리만의 아름다운 세시풍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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