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전조등·후미등 끄고 ‘쌩쌩’ 주행 중 식별 어려워 사고 빈발
“어두운 날 라이트를 끄고 달리는 차량 때문에 사고 날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지난 20일 오후 9시께 영동고속도로 강릉 방향 용인IC 부근. 적재함에 물건을 가득 실은 한 화물차가 후미등을 끈 채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뒤따르던 차량들은 불이 꺼진 화물차가 불안한 듯 이리저리 차선을 변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때 갑자기 화물차가 속도를 줄이자 뒤따르던 흰색 승용차는 뒤늦게 이를 발견하고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다. 조금만 늦었어도 사고가 날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 펼쳐졌다.
같은 날 오후 10시30분께 수원특례시 경부고속도로 상황도 마찬가지. 한 화물차가 라이트를 끈 채 고속도로를 주행하고 있었다. 이때 한 차량이 화물차를 보지 못하고 차선 변경을 하다 하마터면 부딪힐 뻔한 상황이 생기기도 했다.
버스를 10년 가까이 몰았다는 김혁길씨(가명·58)는 “불 끄고 다니는 차들 때문에 사고 날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며 “저런 이기적인 차량은 다른 사람 목숨이 중요한지 모르는 거 같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스텔스 차량이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등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으로 나타나 단속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1일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스텔스 차량은 야간이나 비 오는 날, 안개가 짙은 날 등 시야 확보가 어려운 날에 전조등이나 후미등을 켜지 않고 주행하는 차량을 말한다. 이러한 차량은 다른 운전자들이 주행 중 식별하기 어려워 사고의 원인이 된다.
도로교통법상 스텔스 차량은 적발 시 2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제재가 가볍다 보니 스텔스차량 운전자들은 이를 법 위반으로 인식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실제 최근 3년간(2021~2023년) 경기도에서 등화점등 불이행으로 적발된 건수는 총 1만192건이다. 이는 매년 평균 3천400여건에 달하는 스텔스 차량이 도내 도로를 달리고 있다는 얘기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스텔스 차량은 움직임을 예측할 수 없어 방어운전이 어렵기 때문에 대형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경찰은 라이트를 끄고 달리면 왜 위험한지 알리는 홍보 활동과 시민이 직접 신고할 수 있게 교육 활동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스텔스 차량은 경찰이 순찰 중 발견하거나, 신고 접수 등을 통해 단속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계도·단속 활동을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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