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호수공원·수원 장안공원 등 기념비·조형물 1천446개 달해 권익위 “건립·관리체계 개선” 권고에도 다수 지자체 관리 소홀 道 “현장 점검 확대·관리 강화”
“국민의 혈세를 들여 도시 경관을 해치는 꼴이네요.”
27일 오전 10시께 안산시 상록구 사동 호수공원. 공원 내 시(詩)테마동산에는 무엇이 써 있는지 알아볼 수 없는 철제 조형물이 수두룩했다. 시가 적혀 있어야 할 조형물은 잉크가 번진 채 방치돼 있어 내용을 유추할 수도 없을 정도였다. 게다가 일부 조형물에는 비속어 낙서가 적혀 있기도 했다.
매일 이곳을 산책한다는 이은아씨(가명·27)는 “조형물이 아니라 그냥 철근 덩어리같다”며 “관리를 하든지 치우든지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1시께 수원특례시 장안구 장안공원. 이곳에는 명패가 파손된 것처럼 보이는 기념비 하나가 세워져 있었다. 이 기념비는 1970년대 말 수원 화성을 복원한 기념으로 세워진 ‘수원성복원정화기념비’다. 수원성의 이름을 화성으로 바꾸며 기념비의 명패도 ‘화성복원정화기념비’로 고쳤지만, 이 과정에서 그냥 석회를 덧칠해 처리됐고 그 흔적이 그대로 지저분하게 남아 있었다.
도내 일부 공공조형물이 관리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어 도시미관을 해치고 있다. 더욱이 이 같은 공공조형물은 지자체뿐만 아니라 건립 주체인 개인 등의 소유인 경우도 있어 관리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경기도에 따르면 공공조형물이란 지역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공공시설에 건립한 동상이나 기념비 및 조형물을 뜻한다. 이는 지자체별 조례에 따라 관리되는데 그 의무는 자치단체장이나 건립 주체에게 있다. 올해 기준 도에 설치된 공공조형물은 총 1천446개에 달한다.
공공조형물이 점차 늘어나면서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014년 무분별한 공공조형물 건립으로 인한 예산 낭비를 막고자 주기적 안전점검 등 사후관리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지자체 공공조형물 건립 및 관리체계 개선방안’을 권고했다.
하지만 도내 다수 지자체들은 공공조형물 관리의 담당 부서도 정해놓지 않는 등 관리를 소홀히 한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지자체가 상태 점검에 나서더라도 공공조형물이 개인이나 단체 등의 소유인 경우도 있어 보수나 철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런 탓에 관리 주체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조형물도 있다. 수원특례시 장안구 영화동의 한 길가에는 지난 1996년 ‘꿈이 있는 자리’라는 조형물이 세워졌지만, 시는 조형물의 관리 주체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현재 길가 한복판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조형물은 제때 관리하지 않으면 이후 리모델링이나 재건축을 해야 하는 등 많은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며 “지자체는 공공조형물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해 매뉴얼을 정교하게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 관계자는 “공공조형물 관리 의무는 건립 주체인 단체나 개인에도 있어 지자체 판단만으로 실행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며 “현장 점검을 확대하고 설치된 조형물을 관리하는 데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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