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아동친화도시 10곳 무색 노키즈존 수두룩… 제재 불가능 전문가 “아이들 놀 권리 침해” 道 “교육•홍보 등 대책 마련”
“우리 아이들을 마음 편히 데리고 갈 수 있는 곳이 없습니다.”
1일 오전 10시께 성남시 분당구의 한 카페. 이곳 카페 2층 입구엔 ‘어린이 출입 제한, 고등학생부터 이용이 가능합니다’라고 쓰인 표지판이 놓여 있었다. 초등학생 아이를 데리고 카페에 들어선 부모는 아이와 함께 먹을 수 있는 음료를 고르다가 표지판을 보고 흠칫하며 굳은 표정으로 다시 밖으로 나가기도 했다.
같은 날 낮 12시께 수원특례시 영통구의 한 식당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식당 출입문과 외벽 곳곳엔 ‘노키즈존’이라는 안내문구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어린 아이를 데리고 온 정지수씨(39·여)는 “아이와 외출하려면 노키즈존인지부터 확인해야 하는 게 일상”이라며 “아이들을 데리고 갈 수 있는 곳은 키즈카페나 놀이터가 전부인데, 그럼 아이들은 어디서 밥을 먹고 문화 생활을 누릴 수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도내 아동을 위한 아동친화도시가 ‘노키즈존’에 가려지면서 의미가 퇴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노키즈존을 제재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아동들의 권리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경기도 등에 따르면 아동친화도시는 국제아동기금(유니세프)이 유엔아동권리협약을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는 도시에 부여하는 인증이다. 이들 아동친화도시는 인증을 위해 비차별의 원칙, 아동 최선의 이익 원칙, 생존 및 발달에 대한 권리, 아동 의견 존중 등을 준수해야 한다.
현재 도내 아동친화도시는 수원, 성남, 용인, 평택 등 총 10곳이다. 인증을 받은 지자체는 아동권리침해사례를 조기 발굴하고 이를 구제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막상 아이들과 부모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아동을 차별하는 노키즈존을 마주하게 되면서 아동친화도시의 의미가 사라지고 있다. 도내 노키즈존은 80여곳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노키즈존에 대한 법적 강제성이 없는 탓에 이를 지자체에서 막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오현숙 서정대 사회복지과 교수는 “노키즈존으로 아이들의 출입 자체를 한정하다보면 아이들의 놀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아동친화도시로 한 발짝 나아가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환경을 만드는 게 우선이다”라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개인 사업장에서 업주들이 노키즈존을 만드는 것이고 이는 사업에 대한 자유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면서도 “업주들에게 아이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교육과 홍보 등을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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