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선진국 품격을 훈련해야

이호경 경기도새마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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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경이로운 일이다. 지난해 국민소득은 2022년 3만2천886달러에서 소폭 상승한 3만5천달러대가 예상된다고 한다. 믿어지지 않는 ‘마이카 시대’를 최고의 목표로 꿈꾸며 살던 우리가 한 집당 2~3대씩 자가용을 갖게 됐다. 그러나 거저 주어진 것은 아니다. 부모님 세대들 모두 힘을 합쳐 땀 흘려 쟁취하고 이룬 과실인 풍요다. 그것을 우리가 누리고 있을 뿐이다. 전년도 명목 국내총생산은 세계 13위지만 1인당 소득은 27위로 중진국 상위권 수준이란다. 아직 선진국 진입에 조금 부족하다는 말이다. 이는 단순히 소득만을 기준으로 했을 때다. 아시아개발은행(ADB)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4년 우리나라 평균 성장률을 2.2%로 추정했다. 전반적으로 큰 이변이 없는 한 올해도 선진국에 좀 더 깊숙이 진입할 수 있을 것 같다.

 

미디어는 온통 총선에 관한 이슈뿐이다. 정치와 선거는 모두 국민들을 잘살게 하려는 행위임이 틀림없지만 선거가 국민의 갈등과 반목을 부추겨 우리끼리 서로 멱살을 잡지나 않을는지 매우 걱정된다. 갈등은 언제나 어느 집단에서나 존재해 왔고 이는 발전의 과정처럼 인식돼 왔지만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 봉합하기란 매우 어렵다.

 

정치가 국민의 수준 높은 삶을 만들어 내고, 경제가 좋은 일거리와 먹거리를 만들어 내면 얼마나 좋을지 하는 생각이 든다. 자칫 선거로 인해 심화하는 갈등 탓에 경제를 무너뜨리고 국민 화합도 깨뜨려 민생이 어려워질까 걱정스럽다.우리는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과정에 중요한 계기가 있었고, 이 계기를 통해 한 계단씩 사다리를 올라왔다. 새마을운동, 88올림픽, 외환위기, 2002 월드컵 등의 호재와 위기는 결국 오늘의 성숙한 대한민국을 만든 것이다. 이제 또다시 시작이다. 지난 3년여 우리의 삶을 앗아간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에게 새로운 계기를 주고 있다.

 

우리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에 확연히 달라진 환경 및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있다. 챗GPT와 인공지능(AI)이 만드는 세상, 자장면 주문까지 로봇이 서비스하는 세상을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인간의 역할은 줄어들고 로봇과 외국인 근로자가 우리 일을 대신하는 세상이 됐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선진국 국민답게 질서와 문화를 훈련하는 것이다. 단순히 소득 수치로만 선진국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선진국다운 행동과 모범이 된 모습을 보여야만 전 세계인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수준에 이르지 못하면 경제동물이니 졸부니 하는 비아냥거림을 듣게 될 것이다. 하루 아침에 선진국 모습을 보이기는 어렵다.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자연스럽게 존경받는 국가와 국민이 됐으면 좋겠다. 우리가 이뤄 온 것들과 수고가 아깝지 않게 말이다. 이번 선거는 좋은 훈련의 장이 될 것이다. 분열과 갈등 속에 국민 화합을 만들어 보이면 세계인이 놀랄 것이다. 남들처럼 하면 그 자리이고 남 이상 하면 보다 한 걸음 더 앞서 선진국으로 굳혀 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아직 부족하기에 다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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