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겸 전 경기도 부지사
여야 후보가 치열하게 경쟁했던 제22대 국회의원선거가 막을 내렸다. 국민 선택의 결과에 따라 승자와 패자의 희비가 엇갈렸다. 이긴 자는 웃고, 진 자는 눈물을 삼키게 됐다.
흔히 전쟁과 선거에서 2등은 필요 없다 한다. 1등만 살아남고 2등은 곧 잊히기 때문에 무슨 수단을 쓰든지 무조건 이겨 놓고 봐야 한다고 한다. 어느 면에서는 일리 있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선거는 서로 다른 비전과 정책을 가진 후보들이 정정당당하게 겨루며 국민의 선택을 구하는 과정으로, 전쟁이 아니라 오히려 스포츠 경기와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선거 결과 승자와 패자가 가려지고, 패자의 고통은 매우 쓰라릴지라도 결코 적과 싸우는 전쟁은 아닐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정치 현실은 그 반대다. 필자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은 설 자리가 없다. 보수와 진보가 도가 지나칠 정도로 첨예하게 편가름하며 반목한다. 옳고 그름을 떠나 내 편이라고 생각되면 무조건 맞는 것으로 옹호하고 내 편이 아니라고 생각되면 옳은 주장도 틀린 것으로 맹렬히 비난하곤 한다. 소위 ‘내로남불’이 판을 친다.
사람에 대한 평가도 정치적 입장에 따라 적과 동지로 분명히 구별해 전인격적인 판단을 한다. 모든 사람이 완벽하지 않고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을 진대 진영 논리로 내 편과 타도할 적으로 나누고 옳고 그름을 재단한다. 그러니 정치판에는 싸움에 능하고 얼굴이 두꺼운 강심장의 센 사람들만 남는다. 현실 정치에 들어서려는 사람은 온갖 비난을 감당할 자신이 있어야 하고 세상의 절반을 적으로 만들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수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치의 길로 들어서는 데는 보통의 용기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제대로 된 사람들도 현실 정치에서 살아남으려면 강성 지지층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정치의 현실이 이러하니 국민은 정치를 외면하고 정치인을 욕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 결과 국가는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다고 하는데도 정치는 후진성을 면하지 못하게 된다.
선거 이후의 모습이 걱정이다. 정치권이 국민 행복과 국가 발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각자의 진영 논리로 또다시 갈등과 대립으로 국민의 뜻을 왜곡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비록 선거의 결과 승자와 패자로 나눠질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선의의 경쟁에 대해 국민이 판단한 심판의 결과인 만큼 이를 겸허히 받아들여 패자는 기꺼이 승자를 축하해 줄 수 있고 승자는 페어플레이한 패자를 진정으로 위로하는 아량이 있었으면 좋겠다.
여야가 서로 입장은 다르더라도 대화하고 타협하며 협력했으면 좋겠다. 그래야만 지역이 발전하고 국가가 안정된다. 국민이 편안하고 행복해질 수 있다. 그동안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한 후보자들께 여야를 떠나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아울러 승리한 분들께는 축하의 박수를, 아쉽게도 원하는 승리의 기쁨을 얻지 못한 분들께는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다들 쉽지 않은 길을 완주하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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