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형사고 예방을 위한 실천

김종일 안전보건공단 경기지역본부 광역사고조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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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년 미국의 항공 엔지니어 에드워드 머피는 항공기 추락에 대비한 안전장치를 개발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었다. 이 테스트를 하기 위해서는 고속 로켓 썰매에 탄 사람의 몸에 여러 개의 센서를 부착해야 했다. 머피는 이 일을 조수에게 맡겼다. 센서를 거꾸로 부착할 가능성이 있기는 했지만 조수가 설마 그런 실수를 하랴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그런 일이 벌어졌다. 머피는 화가 나서 조수를 향해 말했다. “저 자식은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 싶은 일을 하면 꼭 실수를 한다니까.” 머피의 이 말은 그의 동료들 사이에 퍼져 나가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일은 반드시 잘못된다’는 이른바 머피의 법칙으로 발전했다.

 

우리 주변의 산업현장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일어난다.

 

흔히 ‘조심해서 기계를 다뤘다면 사고를 당하지 않았을 걸’, ‘주변을 좀 더 확인했더라면 높은 곳에서 떨어져 다치지는 않았을 텐데’라며 사고의 원인을 부주의나 운으로 돌리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렇다면 주의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을까.

 

주의력이란 항상 일정한 수준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장소와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생활이나 행동에 필요한 것에만 선택적으로 반응하는 특성이 있어 중요하지 않은 정보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같이 실수를 범할 가능성을 타고난 인간이 실수를 덜 범하게 하는 훈련과 교육도 물론 필요하지만 인간이 실수해도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기계를 만드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고 확실하게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안전판이 될 수 있다.

 

자동차의 자동변속기를 변속기어 D(주행) 또는 R(후진)에 놓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이런 것을 풀 프루프(Pool Proof) 안전설계라고 한다. 아파트에 설치된 엘리베이터의 탑승구는 평소 오르내리는 속도보다 이상적으로 빨라질 경우 자동으로 이것을 잡아주는 안전장치가 작동돼 수십m 아래로 떨어지는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이것이 페일 세이프(Fail Safe) 안전설계다.

 

안전 확보의 수단으로 풀 프루프는 인간의 불안전성에 주목한 조치이고 페일 세이프는 기계장치의 결함 가능성에 주목한 조치다.

 

그렇다면 산업현장에서 이러한 안전만 확보하면 과연 안전할까? 불행히도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 상위에 실천에 대한 과제가 존재해야만 궁극적인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업주는 안전을 가장 중시한다며 안전제일을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런데 품질이나 납기 등의 문제로 작업의 효율성에 치중해야 한다며 안전은 적당하게 도외시하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산업현장의 안전은 설비적인 안전조치와 실천하고자 하는 근로자의 노력 그리고 경영자의 의지와 시스템이 뒷받침될 때 보다 안전한 사회가 이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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