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장항·성남 이매지하차도 등 일부 차단 스크린 규격 안 맞고 재질 부적합 사후 점검도 안 해...道 “정상 작동 여부 매월 확인”
지난해 7월,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오송지하차도 참사’. 당시 홍수 경보에도 지하차도 입구를 통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물이 차오른 지하차도 안에선 배수펌프까지 오작동했고 결국, 30명의 사상자를 발생시켰다.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였지만 막지 못해 ‘예견된 인재’라는 지적이 나왔고, 참사 이후 정부와 경기도를 비롯한 지자체는 지하차도에 차단설비를 설치하는 등 대책을 내놨다. 우기를 앞둔 지금, 지하차도 차단 시스템의 모습은 어떨까. 경기일보는 경기도내 지하차도 차단설비의 숨겨진 문제를 파헤치고 해결 방안을 이끌어내고자 한다. 편집자주
23일 오전 10시께 고양특례시 일산동구의 장항지하차도 입구. 2년 전 설치된 이곳의 지하차도 차단설비의 원래 규격대로라면 물을 활용한 차단 스크린이 설치돼있어야 하지만 이 장비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해당 장비는 야간에 사고 발생 시 레이저 영사장치를 이용해 시인성을 확보하고 차량의 진입을 막는 장치다.
같은 날 성남시 분당구의 이매지하차도에 설치된 차단시스템도 비슷했다. 구조물을 이루고 있는 소재는 자석과 반응이 없는 스테인리스 재질로 돼야 하지만 철판 재질로 돼 있었다. 더욱이 우기 시에 사용되는 구조물인 만큼, 녹이 슬지 않는 재질이어야 하지만 잘 부식되는 재질로 설치된 것. 차단시스템 업계 관계자는 “규격에 어긋나게 설치될 경우 정작 사용해야 할 때 사용하지 못하고 시설은 금방 망가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경기도가 여름 장마철을 앞두고 도내 지하차도에 차단설비를 설치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장치가 규격에 맞지 않게 설치된 것으로 드러나며 제2의 ‘오송지하차도 참사’가 재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이날 경기도에 따르면 지하차도 차단설비는 호우 시 지하차도에 폐쇄회로(CC)TV, 전광판, 수위계 등을 설치해 수위가 일정 수준(1차 7㎝, 2차 15㎝)에 도달하면 센서를 통해 자동으로 차단막이 내려오면서 차량의 진입을 막는 장치다.
도와 각 지자체는 올해 총 112개의 차단설비를 설치 중이다. 하지만 설치 후 규격대로 설치됐는지에 대한 점검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도에서 매달 점검에 나서고 있다고 하지만 작동에 대한 점검일 뿐, 구조물 규격에 대한 확인 작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규격에 맞게 설치되지 않아도 업계 전문가가 아닌 이상 공무원들은 이를 알아차릴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설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점검을 하고 있다”며 “규격에 대한 점검은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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