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다문화 가정은 미래의 경쟁력

서영숙 경기도새마을부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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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 역사상 최초의 ‘다문화가정’은 가락국의 김수로왕(首露王)과 아유타국 공주 허황옥으로부터 시작한다. 삼국유사에 그리 기록돼 있으니 다문화의 기원은 2천여년 전이 되는 셈이다. 다문화가정의 원조인 김수로왕은 김해 김씨(金氏)의 시조가 됐고 허황옥은 김해 허씨의 시조가 됐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4년 우리나라 추계인구는 약 5천175만명이다. 2023년 출생아수는 약 23만명인데 사망자수는 약 35만2천700명이니 매년 12만2천700명 정도가 줄어들고 있다. 2023년 합계출산율은 0.72명, 기대수명은 82.7세인데 출산율은 줄어들고 기대수명은 더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는 국가 구성의 3요소가 ‘국토, 국민, 주권’이라고 배워 왔다. 이대로 가다가는 국가 유지 요소 중 하나인 ‘국민’ 문제에 봉착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국제결혼 등으로 새로운 이민자들이 그 자리를 채워 나가고 있어 다행이긴 하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우리가 ‘단일민족’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역사를 되돌아보면 단일민족이라고만 하기에는 논리가 약해졌다. 멀리 보면 고조선과 고구려, 발해의 땅이었던 한반도 북부지역에는 말갈인, 여진족, 만주족, 거란족 등 한 민족과 어울려 살던 이민족들이 있었다. 몽골이 세운 원나라는 무려 한 세기 정도 고려(高麗)를 유린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는 지독한 일제강점기 36년도 겪었다. 따지고 보면 유전적으로 많이 섞였을 것이기에 단일민족이란 개념이 희박해지는 것이다. 단일민족을 주장하는 것은 국민 단합을 위해서는 호소력이 있겠지만 논리가 부족할 수 있다. 민족의 개념이 아닌 국가의 개념으로 보면 컬러는 그리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민족을 말하지 않았고 국민을 말한다. 더군다나 그 국민의 컬러는 언급하지 않았다. 전통적인 유교식 문화를 거쳐 오면서 우리는 민족에 대한 애착심이 강해졌음은 다행한 일이지만 이제 시대 흐름은 다양성과 포용이다. 남녀가 생리학적으로 차이가 있음을 인정하듯이 다국적 정착 이주민에 대한 차이를 인정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요즘은 대한민국 어디에 가든지 흔하게 외국인과 마주친다. 국내 거주 외국인 수는 175만2천명 정도인데 이 중 결혼이민자가 약 17만6천명이나 된다. 2023년 기준으로 북한이탈주민도 약 3만4천명이 정착했다. 이제 대한민국은 다민족국가로 가는 현실을 받아들일 때가 된 것 같다. 국내 유입 이민자가 증가하는 반면에 해외로 이주한 이민자는 더 많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세계 각처에 약 744만 한민족 동포가 나가 살고 있다. 이쯤 되면 들어오고 나가는 어마어마한 인구 이동으로 더 이상 단일민족을 고집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방인은 언제나 토박이들의 텃세에 짓눌린다. 알게 모르게 텃세를 부리면 ‘나는 늘 이방인이었다’라는 고백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축구 영웅 손흥민이 동양인으로 차별받는다고 야단이다. 혹시 우리도 동남아나 아프리카 사람들을 차별하고 있지 않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전라도 사람도 서울에 와서 오래 살면 서울 사람이 된다. 몽골 사람도 한국에 오래 살면서 혼인신고하고 아이들을 낳고 국적을 취득하면 당연히 국민이다. 그들은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니다. 베트남인, 몽골인, 미얀마인, 필리핀인, 북한이탈자 등과의 국제결혼으로 인한 다문화가정은 우리 미래의 경쟁력이다. 그들의 다양한 문화는 이 땅에서 새로운 문화와 먹거리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경기도 새마을부녀회원들도 다문화가정에 대한 정착 지원과 배려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왔고 지속적으로 지원사업을 펼칠 것이다. 우리에게는 전통적인 색동저고리가 있고, 비빔밥이 있고, 김치가 있다. 이 모두가 다양한 색깔과 재료의 어울림으로 최고의 작품이 된 것이다. 다문화가정에 대한 심도 있는 정책과 우리의 배려는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색깔 무지개를 더 아름답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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