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규 예술학 박사
퍼블리셔들은 ‘좋은 곡을 찾기 어렵다’고 한다. 작곡가들은 ‘곡을 팔 곳이 없다’고 한다. 기획사들은 ‘키울 만한 팀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을 팔아야 하는 아티스트는 ‘팔 곳이 없다’고 한다.
이는 과거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본질을 설명하는 말들이다. 이 모든 말은 결국 IP 가치의 확산과 팬덤 형성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스포티파이 기준 하루 10만곡 이상이 업로드되는 시대에 음악 소비 방식이 개인 미디어 환경으로 변화하면서 음악 시장에 진입하는 장벽은 낮아졌지만 아티스트가 시장에서 자리 잡는 것은 더욱 어려워졌다. 매스미디어의 몰락과 파편화된 콘텐츠 소비 패턴으로 인해 과거처럼 하나의 콘텐츠가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기는 어려워졌고 설사 대중의 관심을 받더라도 콘텐츠 소비 주기가 짧아 오랜 기간 소비되는 것 자체가 힘들어졌다. 음원 수익만으로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든 현실과 대중의 평가조차 받지 못하고 사장되는 음원이 넘치는 상황에서 아티스트가 오래 활동하며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콘텐츠 IP의 가치를 키우는 작업이다. 지식재산권(IP·Intellectual Property Right)이란 ‘인간의 창조적 활동을 통해 창출한 지식, 정보, 기술이나 표현 등의 무형적 창작물에 부여된 재산에 관한 권리’로 기술 환경 변화에 따라 그 가치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음악 시장에서는 음원이라는 원천 콘텐츠를 기초로 2차, 3차로 판매되는 모든 상품이 포함된다. IP 가치가 큰 콘텐츠는 대중의 취향을 지속적으로 자극하며 오랜 기간 사랑받고 판매된다. 과거의 명곡들이 커버되거나 리메이크돼 판매되고 있는 것이 그 예다. IP 핸들링이 비교적 쉬운 음악 콘텐츠의 경우 다매체 시대에 다양한 형태로 재판매되면서 부가가치가 높아지고 음악 시장 내에서의 파급력도 커진다. 이런 과정에서 역주행하며 성공한 콘텐츠도 많다.
아티스트가 음악을 만들고 방송이나 페스티벌 무대에 서는 순간 그 자체로 IP가 된다. 이 IP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공연 시장에서 팬들의 결속력을 높이고 팬덤의 규모를 키우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팬덤은 단순한 소비자 집단을 넘어 특정 팀이나 아티스트에 대해 강한 애착과 헌신을 보이는 집단이다. 단순한 소비 만족을 넘어 충성도 높은 팬으로 발전하며 브랜드 충성도를 결집시키고 감정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모든 결과물이 브랜딩되는 콘텐츠산업에서 팬덤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이들은 열정적 애정으로 교류하며 다른 고객을 영입하기도 한다.
팬덤과 IP는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가진다. 강력한 팬덤은 특정 IP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핵심 요소이며 반대로 IP는 팬덤의 충성도를 강화시킨다. 이 둘의 관계는 아티스트의 지속적인 성장과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과거에는 팬덤의 파워가 앨범 판매 차트 순위에서 나타났지만 이제는 다양한 플랫폼에서 IP를 확산시키고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를 위해 아티스트의 역할도 다양해져야 한다.
레이블 소속 유무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스스로 기획자, 행정가, 마케터는 물론이고 다양한 소셜미디어 계정을 운영하며 활동할 수 있는 콘텐츠 생산 능력을 가져야 한다. 예를 들면 국내외 에이전트 및 다양한 서비스 플랫폼에 소개할 수 있는 EPK(Electronic Press Kit)를 제작해 대표곡, 사진, 영상, 공연 일정, 연락처 등의 정보를 소셜미디어 및 웹사이트 링크를 통해 홍보할 수 있다.
또 정례화된 공연으로 청중과의 소통을 일상화하고 입소문이 날 수 있는 이벤트와 굿즈 판매 등을 통해 소수의 팬부터 확보하는 기획력과 팬데믹 이후 공공 부문에서 지원하는 아티스트 지원 사업도 다양해진 만큼 사업에 참여하고 결과를 보고하기 위한 문서 작업 능력도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라이브 실력과 콘텐츠 결과 품질이 일정하게 담보된다면 기회는 어떻게든 찾아온다. 그 기회는 방송 및 대형 오디션 프로그램일 수도 있고 유명한 영상물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Original SoundTrack), 혹은 크고 작은 국내외 페스티벌 출연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최근 재결성하며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밴드 오아시스가 강력한 팬덤을 형성한 이유 중 하나는 레이블 없이 클럽 공연부터 출발해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오아시스도 곡을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IP 파워가 생기고 충성도 높은 팬덤이 형성되기 전까지는 일반 대중의 관심을 얻지 못했다. 메이저 기획사에서 기획된 아티스트를 포함해 활동하는 모든 아티스트 역시 시작 지점과 기대치가 다를 뿐 IP 가치 상승과 팬덤 형성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은 비슷하다. 현 시대의 아티스트가 꿈꾸는 것은 소비자와의 관계를 평생 동안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환희를 선사하며 팬들이 지루해하지 않고 열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계속 찾아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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