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등 접경 15개 시·군 특구 조성... 北 경제개발구와 연계 시너지 필요
③ 개성공단 중단 사례로 본 평화경제특구 성공 공식
“통일에도 기여한다는 사명감 속에 개성공단에서 열심히 일했는데 물거품이 됐습니다.”
북한 접경지역 개성시 개성공단에서 ‘개성매스트’를 경영했던 김현주 대표(57)는 지난 9일 진행된 경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야반도주하듯 남쪽으로 돌아왔다”며 안타까워했다.
김 대표는 개성공단에서 지난 2010년 임대로 공장을 운영하다 2015년 대지면적 3천평, 1, 2층 각 1천평인 건물을 신축해 양말과 골프웨어를 생산, 남쪽으로 유통 했다.
그러다 9개월 뒤 2016년 초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되면서 급박하게 철수했다. 김 대표는 “당시 다시 갈것으로 생각해 생산품을 모두 놔두고 왔다. 그런데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빚더미에 않은 채 말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제천에서 소규모 양말공장을 운영하는 김 대표는 “개성공단이 비운의 공단이 되지 않도록 재개시켜야 한다. 그리고 평화경제특구와 연계해야 한다”면서 건넨 명함에는 아직도 자신의 옛 공장 주소가 선명히 적혀져 있었다.
북한 인접 지역에 평화경제특구를 조성하는 평화경제특구법이 시행 중인 가운데 전문가들은 “평화경제특구가 개성공단 중단 같은 사례를 되풀이 하지 않도록 정부가 기본구상 때부터 개성공단 폐쇄 교훈을 잘 반영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현재 평화경제특구 기본구상이 실시 중이다. 내년 예산이 확보되면 기본계획이 수립되고, 2026년 개발계획수립(접경지역 시·도), 2028년 실시계획수립(사업시행자), 2029년 사업착수(시행자)등 순차적으로 이어진다. 지난해 5월 첫 법안 발의 17년 만에 국회 통과, 같은 해 12월14일 법 시행 중인 평화경제특구법의 후속 사업 프로세스가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평화경제특구법은 북한 인접 지역(경기도·인천광역시·강원특별자치도 관할 접경지역 파주시 등 15개 시군)에 특구를 조성, 남북 경제교류와 상호보완성을 증대하고 남북경제공동체를 실현함이 목적이다.
■ 북한 수용성 높고, 다국적 자본으로
한반도미래연구원 등에 따르면 북한 접경지역에 조성된 개성공단에는 125개사가 입주했으며, 민간파트너 현대아산과 북측과 2000년 8월 체결에 이어 2004년 12월부터 공단이 가동됐다.
한 때 북 근로자 5만명까지 돌파했던 개성공단은 2013년 상반기 잠정 폐쇄와 재개를 겪은 뒤 2016년 2월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 올해로 8년째다.
개성공단은 총 사업면적 2천만평이다. 이는 공단 1-3단계별 개발(100만평·300만평·400만평) 총 800만평과 배후주거단지 1천200만평이다. 북한근로자들의 자본주의 교육장이었던 개성공단은 폐쇄 당시 1단계 총 100만평 중 1/ 20 수준인 40만평만 개발된 채 멈춰 섰다.
개성공단 중단이 주는 교훈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7월 경기도 주관 평화경제특구 조성 전략 세미나 주제강연을 통해 “특구의 안정성 제고와 한반도 평화증진을 위해 외국기업, 합작기업(특히 중국,러시아) 유치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세미나에서 최대식 LH연구위원도 “개성공단이 남북 간 아니라 더 넓은 국제적 관계를 형성하면서 운영됐다면 폐쇄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고 분석했다.
다른 하나는 북한 수용성이다. 김주현 한반도미래연구원 고문은 최근 평화경제특구 파주시 유치 시민심포지엄 주제 발표에서 “북한이 필요(수용)한 것 중심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해정 현대경제연구원통일경제센터장은 북한의 경제개발구, 지방 발전 20 X 10 정책과 평화경제특구와의 연계성을 주장했다.
그는 “김정은의 경제개발구는 수출가공하는 진도수출가공구 등 중앙급 5개와 현동공업개발구 등 지방급 17개다. 여기에 10년간 매년 20개군에 지방공업공장을 건설, 인민들의 물질생활 수준을 개선시키겠다는 20X10 계획을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성시 장풍군 등 인구 10~20만명 규모의 중도시를 중심으로 한 지방발전 20X10정책은 UN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연계해 추진할 것이다. 북한이 수용가능성이 높은 만큼 평화경제특구와 연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경기도, 접경지역 광역 시·도간 벨트화로 통일기반 나선다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동연 도지사는 “평화경제특구는 경제와 평화,생태가 선순환하는 신모델로 대한민국 미래를 견인할 중요한 신호탄이다”고 강조한다. 이는 평화경제특구를 국제흐름에 맞는 RE100 준용(재생에너지 100)등 남북그린데탕트(녹색전환) 실현, 경기북부 발전 추구, 남북화해 협력으로 통일기여 등 세가지 방향을 특구조성 목표로 잡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김 지사는 접경지역 다른 광역지자체와 협력 의사도 피력했다. 그는 지난해 통일부 후원 경기도 주관 평화경제특구 경기도 유치 국회 토론회에서 “평화경제특구법 법률적용 지역인 인천광역시와 강원특별자치도와 함께 협력해 남북 경제 공동체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혀 평화경제특구가 경기북부만 아닌 ‘시도 간 광역 벨트화’로 추진할것 임을 언급했다.
이는 평화경제특구법상 특구대상인 경기도(파주,포천 등 7곳) 외에 인천광역시(옹진,강화), 강원특별자치도(춘천시 등 6곳)과 통일기여 기반에 대한 가치적 연대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런 기조 속에 경기도 평화경제특구 개발의 기본구상은 남북 경제협력 중추 지대로써 경의축과 경원축에 점을 맞춘다. 전철 도 평화기반과장은 “파주, 고양특례시 등의 경의축에는 금융, 무역, 첨단과학 등 비지니스특구개발을 포천, 연천, 동두천, 양주 등 경원축은 관광업,에너지, 광물자원산업 등이 전략산업으로 추진 중이다”고 설명했다.
경기연구원은 ‘새로운 경제환경을 반영한 경기북부 평화경제특구 조성방안’ 보고서에서 “남북경협의 장기적 비전설정 속에 일차적으로 특구 후보지는 지역적 강점을 활용한 전략산업을 선정, 신기술을 융합한 고도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조창범 도 평화협력국장은 “통일부의 평화경제특구 사업 프로세스에 이런 도의 여건과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특례조항 개정을 위해서도 국회와 공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평화경제특구에 북한노동력 주거지 조성, 접경지역 주민 공감대 확장, 그린데탕트등 DMZ 생태환경 또한 특구조성의 주요 요소로 보고 정부 당국과 지속 협의 중이다”고 덧붙였다.
■ 남북 강대강 대치…평화경제특구 어떻게 추진해야 하나
현재 북한의 비핵화 등을 둘러싼 남북한 강대강 대치로 당장 남북경협이나 통일 논의는 현실적 어려움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남북문제는 국제정세속 변곡점이 있다. 북한노동력, 남한의 첨단기술력이 결합된 평화경제특구는 이에 대비해 지속 추진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통일부도 남북관계가 열악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평화경제특구 지역에 경제센터를 건립, 북한이탈주민(현재 3만4천여명)에게 자유경제프로그램을 이수하는 방안도 아이디어 차원으로 검토 중이다.
이런 가운데 경기연구원, 서울대, 현대경제연구원통일경제센터 등 전문 그룹들은 현 남북관계를 고려한 평화경제특구의 4단계별 추진 방안을 제시,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경기연구원은 “‘경색국면시’ 평화경제특구는 지역성장의 거점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개선시’에는 북한경제특구등과 연계와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활성화국면 재개시’에는 남북산업인력교류와 인력공동활용추진 등을, ‘통합국면시’는 남북공동의 한반도 경제권 형성을 위해 서울, 경기, 인천 그리고 북한 해주, 남포, 평양과 연계 및 연합으로 글로벌 메가리전(Global Mega- Region)을 창설해 중국의 북경권, 상해권 일본의 동경권등과 대등하게 경쟁하는 규모와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따라서 정치적 이해가 적은 보건분야부터 우선 교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해정 현대경제연구원 통일경제센터장은 “인간 감염병이나 산림병해충, 가축전염병과 같은 월경성 감염병 예방 및 대응을 위해 남북이 정보를 교류하고 공동대응 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통일부 남북관계관리단은 “정부는 국회, 관계부처, 지자체, 민간부문등과 협조해 평화경제특구 기본계획 마련 등 관련사항을 잘 준비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 평화경제특구조성, 독일 작센주 사례 주목
국내 최고 도시계획전문가로 꼽히는 서울대 이영성 교수는 평화경제특구가 북한 노동력을 활용하는 만큼 유사한 해외사례를 참고할 것을 조언했다. 독일 동부 작센주 모델이다. 베를린에서 기차로 2시간 안팎 거리인 작센주는 구동독 지역 중 인구밀도가 높고 산업화됐다. 작센주 투자청에 따르면 통독전 작센주는 동독 전체 공업제품 40%를 차지할정도로 높은 산업층을 가지고 있었다. 기계설비 및 전자산업분야가 활발했다.
이 교수는 “작센주는 1984년 자동차 분업화가 구상됐는데 1990년 10월 통일 후 폭스바겐 등 집중 투자로 자동차산업이 부활, 동유럽 진출 전진 기지가 됐다. 동독이 집중투자해왔던 초소형 전자공학 분야에도 지멘스 등 서독자본이 대거 유입, 작센주는 유럽 최대 반도체 생산기지이자 전기자동차 선도지역으로 우뚝 섰다”고 말했다.
작센주 주도 드레스덴은 현재 독일의 실리콘밸리로 유명한데 그 바탕에는 서독기업들의 과감한 투자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영성 교수는 “폭스바겐, 지멘스 등 글로벌 기업들의 접경지역 작센주 투자로 회사 스스로 통일에 기여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고 통독 이후 동독 근로자 고용 등 사회통합을 이뤘다”며 “ 평화경제특구조성과 관련해 시사점이 많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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