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어반스케치] 한데우물과 단오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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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가을이 깊었다. 무엇이고 시작은 끝이 닿아 있다. 사랑 끝에 이별이 닿아 있듯, 삶 끝에 죽음이 닿아 있듯 놓을 수 없는 끈이 인생이다. 가을이 봉숭아 꽃씨처럼 빛을 터뜨린다. 빛보다 빠른 건 없다. 빛은 형체 없는 세월 같다. 가느다란 허리의 가을 깃 따라 단오 카페에 발길을 내렸다.

 

예쁜 간판 곁에 연극배우 표수훈 사장과 디자인을 전공한 조민경 부부의 흑백사진이 다정히 걸려 있다. 표 사장은 상시 꺼내 놓은 미소로 반겼다. 은은한 향이 흐르는 커피잔에 정이 서렸다. 어제의 시 축제와 한데우물제를 꺼낸 그의 이야기는 잘 차려진 밥상처럼 풍미가 돋았다. 한데우물가와 마을 안내소 행궁 사랑채엔 해설사가 상주하고 있었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촬영한 한옥과 한데우물이 가장 큰 스토리텔링이 됐고, 근처의 후소 오주석 선생의 옛터도 멋진 문화공간이었다.

 

노란 가을빛이 찻잔으로 쏟아졌다. 어제의 한데우물제는 밥과 국과 맛난 반찬으로 시민들에게 봉사했다고 하며 남창동 시인 최동호 교수의 한데우물 발원문으로 시작됐다고 한다.

 

행사는 K.S 국제 시 시상식도 있었다는데 골목에 시화전도 열리고 있었다. 표 사장의 마을 사랑은 특별했다. 남창동(南昌洞)이 창성을 의미한다고 하여 번성의 꽃 능소화를 마을 꽃으로 퍼뜨리려는 진지한 노력도 알 수 있었다.

 

그의 카페 옆에 심어 놓은 능소화가 그것을 증거하고 있었다. 후대까지 생각하는 그의 마을 사랑은 무르익은 가을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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