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아 한스자이델재단 수석연구원
생태계가 인간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는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인간의 활동은 자연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생태계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규모와 질을 감소시키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은 생태계 기능과 서비스를 평가하는 데 있어 많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다행히 오늘날 우리는 지속가능한 생태계 관리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있다. 생태계 기능과 서비스를 올바르게 평가해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것은 필요하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과 생물다양성 보전 측면에서 습지생태계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습지는 기후변화 완화 기능이 탁월하며 생물다양성 보전에도 중요한 기능을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1970년 이후 전 세계 습지의 최소 35%가 사라졌고 그 감소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2021년 국립생태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기후 발생 건수 증가로 국내 내륙습지 피해가 가속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개발 압력에 따른 매립, 토지 이용 전환, 수위 변동으로 인한 국내 내륙습지 면적의 감소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습지가 제공하는 생태계 서비스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한강 하구 습지보호지역의 경우 남북한 접경지역으로서 중립수역이라는 지리적 특수성으로 우수한 생태공간을 유지하고 있으며 개리, 재두루미, 큰기러기 등 국제적 멸종위기종의 서식지와 월동지, 중간기착지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고양 장항습지, 김포 유도와 시암리습지 등 주변 농경지와 갯벌을 포함한 습지가 철새에게 중요한 지역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유도와 시암리습지, 장항습지를 포함한 한강 하구는 1997년 전 세계 철새이동경로 중 하나인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EAAF)상에서 서식지 네트워크에 등록돼 있다. 2021년에는 장항습지가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다.
이로써 한강 하구 습지보호지역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증진과 자연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한반도 생물다양성 증진과 습지 보호, 자연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 측면에서도 한강 하구 습지보호지역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생태환경적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한강 하구 주변 습지는 도시개발로 인한 토지 이용 변화로 야생동식물의 서식지가 지속적으로 손실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강 하구 습지의 환경생물학적 가치를 정확히 평가하고 적절한 관리 방안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남북한 접경지역 습지생태계의 중요성을 재평가하고 그 가치를 재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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