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구운역 명칭, ‘국립농업박물관역’으로

김재균 국립농업박물관 학예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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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수원에는 신분당선 광교~호매실 구간 연장 사업이 2029년 개통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은 수원 서부권 주민들의 숙원사업으로 개통될 경우 획기적 교통 편의는 물론이고 서부지역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노선은 총 길이 9.9㎞로 5개 역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 가운데 우여곡절 끝에 구운역이 신설되는데 이는 구운동 주변 주민을 위한 수원시의 통 큰 결정에 따른 것이다. 이 역은 화서역과 호매실역 중간쯤에 신설될 것으로 보이는데 아마 구운동을 지나기에 가칭 구운역으로 정한 것 같다.

 

여기서 조심스럽게 새로 들어설 역의 이름을 ‘국립농업박물관역’으로 하면 어떨까 하는 제안을 해본다. 구운역 예정지는 국립농업박물관에서 도보로 10분 남짓 걸리는 가까운 거리에 있고 머지않아 수원의 대표 농업역사문화체험 시설이 되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박물관과 더 가까운 곳으로 노선을 정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하철 역 이름 선정은 철도 및 지명에 관한 전문성과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로 구성된 ‘역명심의위원회’에서 정하도록 돼 있다.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철도노선 및 역의 명칭 관리지침’을 보면 역명의 제정 기준으로 행정구역 명칭, 역에서 인접한 대표적 공공기관 또는 공공시설의 명칭, 국민들이 인지하기 쉬운 지역의 대표 명소, 역사가 대학 부지 내에 위치하거나 대학과 인접해 지역의 대표 명칭으로 인지할 수 있고 해당 지방자치단체 주민의 다수가 동의하는 경우 대학명을 역명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 기준에 따라 대학, 공공기관 등의 역 이름은 다수 있으나 특정 박물관 이름이 들어간 역은 없다. 다만 일부 지역에서는 그냥 ‘박물관역’ 정도로 쓰고 있다.

 

필자가 파악한 바로는 세계 3대 박물관으로 일컬어지는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영국의 대영박물관, 러시아의 에르미타주박물관도 지하철 이름에는 없고 말레이시아에 국립박물관역 정도가 있을 뿐이다. 국내의 경우 소위 3대 국립박물관이라는 국립중앙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도 역 이름엔 없다.

 

역 이름 선정이 지난하고 험난하겠지만 만약 구운역(가칭)을 국립농업박물관역으로 결정한다면 이는 상징성이 매우 큰 역사적 사건이 될 것이다. 우선 대한민국 최초로 박물관 이름을 딴 기차역이 탄생하는 것이고 수원시는 박물관 이름이 들어간 역을 가진 유일한 도시가 되는 것이다. 역 이름 결정에는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있어 복잡다단할 수 있겠으나 국립농업박물관역은 누구에게나 이익이 될 수 있는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구운동 주민은 물론이고 주변 지역주민들은 고품격 문화시설이 이웃에 있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고 지역발전을 통한 경제적 혜택도 누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립농업박물관은 경기도에 소재하고 있는 국내 최초, 유일의 농업전문 국립박물관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국립박물관이 전국 각 시·도에 1~2개씩 다 있는데 유독 경기도에만 하나도 없다. 이런 차원에서 국립농업박물관이 경기 수원에 들어선 것은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박물관 주변에는 정조 때 농업부국을 염원하며 축조된 수리시설인 축만제, 농업연구기관인 권업모범장, 세계적 육종학자인 우장춘 박사 묘소, 1970년대 식량 자급 달성을 기념해 세운 녹색혁명 성취탑 등 소중한 농업유산이 산재해 있다.

 

국립농업박물관은 2022년 12월 개관한 2년이 채 안 된 신생 박물관으로 연간 50만명 이상이 찾는 성장잠재력이 큰 문화시설이다. 장기적으로는 주변의 농업유산을 아우러는 문화 거점 역할을 할 것이며 100만 박물관을 지향하기 때문에 지하철이 개통될 즈음에는 수원시 전체 인구 이상이 찾는 국제적 박물관이 될 것이다.

 

‘다음 역은 국립농업박물관역, 국립농업박물관역입니다’라는 지하철 안내방송을 들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며 구운동과 주변 주민, 나아가 수원시민들의 자존감을 높일 역 이름 선정에 전향적인 자세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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