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덕 안전보건공단 경기지역본부 화학사고예방센터장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색(色)이 사라진다면 과연 우리의 일상은 어떻게 될까? 사물을 인지하고 지각할 때 인간은 대부분의 정보를 시각을 통해 얻는다. 인간이 가진 여러 감각 중에서 시각이 차지하는 비율은 80% 이상이며, 시각은 색의 영향을 60% 이상 받는다. 색은 시인성과 상징성, 그리고 정보성을 가지고 있다. 색은 인간에게 주의를 끌며 위험한 장소와 상황을 효과적으로 알려주고 신호를 잘 전달하는데, 색이 가진 특성을 잘 활용하면 보이지 않는 위험을 쉽게 볼 수 있다. 위험과 정보를 알려주는 방법으로 활용되는 색은 최근에는 고속도로의 진출입로, 어린이 보호구역, 배달 라이더와 같이 교통안전과 생활안전에서 두드러지게 활용되고 있다.
고속도로 나들목이나 분기점 진입부에서 머뭇거리거나 갑작스러운 차로 변경을 하는 차량으로 인해 사고가 종종 발생하는데, 심한 경우에는 사망사고로도 이어진다. 이러한 사고 예방을 위해 몇 년 전부터 고속도로에는 “노면 색깔 유도선”이 적용되어 도로 위의 색과 글자만 따라 가면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안전한 진출입을 유도하고 있다.
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어린 아이들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자주 일어나면서 어린이 보호구역에서의 차량 통행속도를 30km 이하로 제한하고 위반 시 과태료 금액도 올렸지만, 어린이 교통사고 뉴스는 끊이지 않고 접하게 된다. 어린이 보호구역에 설치된 “옐로우 카페트”는 눈에 잘 띄는 노란색의 포장재를 사용하여 어린이들이 횡단보도에서 기다리는 동안 정서적 안정감을 줌과 동시에 운전자가 주의 깊게 운전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배달음식 서비스 이용이 증가하면서 배달 라이더의 교통사고 또한 증가하고 있는데, 이륜차는 일반 차량에 비해 크기가 작고 운전자가 노출되어 있어 작은 접촉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그 피해는 결코 작지 않다. 이에 어느 배달플랫폼사는 주목도가 높은 민트 색상의 안전용품을 배달 라이더에게 적용하고 복잡한 도로 환경에서 시인성을 높여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산업현장에서 안전과 색(色)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안전에서의 색은 주의를 끌고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빨간색은 경고나 위험을 상징하고, 초록색은 안전을 상징한다. 색으로 보는 산업안전의 대표격으로는 안전보건표지를 들 수 있다. 근로자가 안전보건표지를 쉽고 빠르게 알아보게 하는 데 있어서 색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안전보건표지의 종류나 형태는 물론이고 표지의 색채 기준까지 법령으로 규정하고 있음을 통해 색과 안전의 관계가 깊음을 알 수 있다.
수많은 종류의 유해화학물질을 사용하는 화학공장에서도 기업마다 저마다의 기준을 가지고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용기나 배관 등에 색을 입혀서 관리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인화성물질은 노란색, 독성물질은 빨간색, 물은 파란색 등과 같이 구분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마다 취급하는 화학물질의 양이나 종류도 다르고, 위험을 보는 수준에도 차이가 있어, 동일한 물질이더라도 기업 간에 색에 대한 기준이 다른 경우가 있다. 어떤 경우에는 같은 기업 안에서도 색에 대한 기준이 서로 다른 상황을 경험하기도 한다.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기업마다 화학물질이나 설비에 대한 색을 관리하는 기준을 마련하고, 유사한 업종별로 색에 대한 기준을 맞춰 나간다면 화학사고를 지금보다 대폭 감소시킬 수 있지 않을까? 교통안전이나 생활안전과 같이 산업안전, 더 구체적으로는 화학사고 예방에도 안전의 색을 입혀서 우리나라의 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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