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초대하지 않은 손님

정원 잔디밭

잡초가 봄보다 먼저 온다

뽑아도 뽑아내도

좀비처럼 죽지 않고 번져나간다

 

보랏빛 까치꽃

좁쌀만 한 웃음 봉오리가 맺히고

꽃다지는 노란 리본을 머리에 얹었다

초대하지 않은 손님

너희들 오늘 다 솎아내리라!

챙 넓은 햇볕가리개 모자 쓰고

한나절 뽑은 잡초가 바구니 가득하다

 

잠시 쉬며 하늘을 보다가

문득 번개같이 스치는 생각

 

창조주께서

세상이라는 정원을 내려다 보신다면

 

개미만 한 우리의 삶을

솎아낼 듯 꼼꼼히 살펴보신다면

얼마나 많은 잡초가 자라고 있을까

그럴 때마다

하나씩 뽑혀 나갔다면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살아남아 있을까

호미를 쥔 채 가만히 잡초를 들여다본다

오늘 완전히 솎아 내려던 모진 마음을

접어두기로 했다

 

초대받은 자만이 손님이 아닌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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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경 시인

이화여대 음악대학 졸업

‘창조문예’로 등단

경기시인협회원

시집 ‘꽃이 진 자리마다’, ‘나무 마네킹’, ‘강물처럼 흐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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