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조치 더한 ‘직원보호’… 관련법 개정안 국회 통과를 [민원팀장 순직 1년, 남아있는 과제들]

직원이 고소·고발 ‘법률 지원’ 확대
폐기됐던 개정안 재발의 ‘불씨 살려’
국회 상정·심사… 행안위서 논의 중

지난해 7월24일 동화성세무서 강윤숙 민원팀장이 근무지인 민원실에서 민원인을 상대하다가 현장에서 쓰러졌다. 그녀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8월16일 사망했다. 이후 그녀의 사망은 인사혁신처의 심의를 거쳐 11월15일 공무상 순직으로 인정됐다. 당시 강 팀장이 상대했던 민원인 A씨는 부동산 관련 서류를 떼러 왔다가 요건이 안돼 서류를 발급 받지 못하자 민원팀장과 민원실 직원에게 공격적인 언사를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강 팀장의 순직 1년, 세무현장에서는 악성민원에 대한 종합대책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민원처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등 아직 풀어야 할 숙제들이 남아있다.

 

분당세무서 민원실 직원이 웨어러블 캠을 착용한 채 근무하고 있는 모습. 금유진기자
분당세무서 민원실 직원이 웨어러블 캠을 착용한 채 근무하고 있는 모습. 금유진기자

 

■ 악성민원 종합대책 그녀가 남긴 유산

 

강 팀장의 사망 이후 국세청은 민원실 직원 보호를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으며 관할인 중부지방국세청 역시 자구적인 보호대책을 마련했다.

 

국세청은 우선적으로 지난해 8월3일 전국 133개 세무서의 민원실에 목에 걸 수 있는 공무원증 케이스 모양의 녹음기를 지급했다.

 

음성기록을 통해 문제 발생 시 악성민원을 규명할 수 있는 증거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어 8월7일에는 동화성세무서를 관할하는 중부지방국세청이 민원 담당 세무공무원들과 ‘타운 홀 미팅’을 실시했다.

 

타운 홀 미팅에서는 웨어러블 캠 추가 보급, 민원실 안전요원 배치 건의, 호신용 보호장비 지급 등 안전장비 확충, 위법행위 발생 시 퇴거조치, 법률적 경고 문구 설치, 민원실 강화유리 가림막 설치, 악성 민원 대응요령 표준화, 변호사 지원 및 법률 지원책 등이 논의됐으며 일선 세무서에서 순차적으로 도입됐다.

 

같은 달 30일 국세청도 경비인력 배치, 세무서 내 스피드게이트 확대 설치, 민원 응대 가이드라인 전면 개편 등의 내용을 담은 종합대책을 내놔 민원실 직원 보호에 힘을 실었다.

 

종합대책은 ▲사전 예방을 위한 안전한 근무환경 조성 ▲법률적·경제적 지원 등 직원 보호를 위한 사후조치 등 투트랙으로 진행된다.

 

종합대책에 따라 국세청은 동화성세무서를 비롯한 6개 세무서(수원, 동화성, 고양, 도봉, 강서, 동작)에 전문 경비인력을 배치했으며 방호인력 전자순찰시스템 도입, 비상호출시스템 도입, 호신용 스프레이·삼단봉 지급 등이 이뤄졌다.

 

법률지원도 확대했는데 과거에는 직원이 고소나 고발을 당하는 경우에만 법률적 지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직원이 악성민원인을 고소·고발하는 경우까지 지원 범위를 넓혔다.

 

무엇보다 지난해 11월15일 인사혁신처 공무원재해보상심의위원회에서 강윤숙 팀장의 공무상 순직이 인정됐다.

 

악성민원에 따른 공무상 순직 인정은 57년의 국세청 역사상 처음이다.

 

국세청은 유족과 협의를 통해 민원팀장의 사망이 공무상 순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공무원연금공단에 순직 심사를 신청했다.

 

국세청은 강 팀장의 순직 인정을 위해 사고 경위 등 관련 자료를 수집해 공단에 제출했으며 당시 상황에 대한 직원 면담 등 현장조사가 실시됐다.

 

당시 국세청 관계자는 “국세청도 강 팀장의 순직 인정을 위해 최선을 다했고 6개월 가량의 심사 기간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었다”며 “민원팀장이 국세청에 남기고 간 유산인 악성민원 종합대책이 현장에서 잘 안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민원처리법 개정안은 아직 숙제로 남아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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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왼쪽), 양기대 전 의원

 

지난해 강 팀장의 순직에 대한 애도와 재발방지 대책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치권에서도 민원공무원 보호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8월22일 더불어민주당 양기대 전 국회의원이 민원 담당 직원 보호를 위한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강 팀장의 순직으로 촉발됐으며 행정기관장이 민원 담당 직원 보호를 위한 대책을 매년 담당부처 장관에게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심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결국 폐기됐다.

 

그대로 잊혀질 뻔했던 개정안은 다행히 올해 9월25일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이 개정안을 다시 발의, 그 불씨를 이어가고 있다.

 

권칠승 의원은 양 의원의 대책 마련에 더해 ‘정당한 이유 없이 2회 이상 반복되는 악성 민원에 대한 종결 절차 마련’ 등 구체적인 법적 조치를 더했다. 또 더불어민주당 박정, 허영 의원의 경우 앞선 개정안과 이번 개정안에 모두 이름을 올려 민원 담당 공무원 보호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해당 개정안은 22대 국회 상정 및 심사 중이며 행정안전위원회에 회부돼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강 팀장 사건 관계자인 민원인 A씨의 재판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A씨는 모욕혐의로 지난해 12월1일 검찰에 기소됐으며 지난달 21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그에게 징역 1년을 구형,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강 팀장 유족은 “피고인 측은 모욕 혐의에 대해서도 부인하고 있고, 사과를 바랐지만 아직도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며 “피해 유가족으로서 피고인에게 잘못에 상응하는 엄벌이 내려지기를 바라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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