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면 등 주민 4천여명 불안 증폭, 탄핵 정국, 대북 방송 중단 ‘목청’ 일각선 “市 문제 해결 적극 나서야”... 국방부, “합참 관리 사안, 논의 無”
“시국도 불안한데 대북방송 그만하면 안되나요? 괜히 북한 자극해 전쟁이라도 날까 너무 불안해요.”
17일 오전 10시께 인천 강화군 양사면 강화제적봉 평화전망대. 이 곳은 고작 북한과 2.3㎞만 떨어져 있어 멀리 북한이 보인다. 이때 오른쪽 산속에서 “북한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라는 말과 함께 ‘봄날’, ‘다이너마이트’, ‘버터’ 등의 각종 K-POP 음악이 북한쪽으로 울려 퍼진다.
또 9·19 군사합의 전부 효력정지안, 삼성전자 세계 1위 출하량, 지역별 날씨, 북한 장마당 물가 동향 등의 소식을 전하는 방송들까지 쉬지 않고 나온다. 이는 모두 국방부가 북한으로 내보내는 대북방송이다.
반면 북한에서는 개짖는 소리, 귀신소리, 쇳소리 등이 섞인 섬뜩한 소음 등 대남방송이 나온다. 이날 평화전망대에서 이 같은 대북방송과 대남방송 소리는 최고 67㏈(데시벨)로 법적 소음 기준(70㏈)을 육박한다. 이 때문에 평화전망대 인근에서는 소음 때문에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
이 곳에서 만난 주민 김옥산씨(71)는 “국방부가 대북방송을 시작하니, 북한이 대남방송으로 맞받아치면서 벌써 6개월째 이 같은 소음에 잠도 못자고 너무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탄핵 정국 등으로 어수선한데 이 근본적인 원인인 대북방송을 그만했으면 좋겠다”며 “많은 주민이 전쟁 걱정 탓에 이제 북한 자극을 멈췄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국방부의 대북방송 중단을 요구하는 인천 강화지역 주민들의 목소리가 높다. 더욱이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주민들은 자칫 대북방송이 북한을 자극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국방부와 강화군 등에 따르면 국방부는 지난 6월9일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에 대응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이로 인해 북한은 곧바로 대남방송을 시작해 강화군 송해·양사·교동면 등의 주민 4천여명이 고통을 받고 있다.
당산리 등의 주민들은 최근 ‘대북방송, 대남방송 둘 다 안돼’라는 현수막을 곳곳에 내걸고 국방부에 대북방송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의 대남방송으로 인한 소음 피해가 크지만 대북방송이 빌미를 제공한 만큼, 대북방송 중단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환무 당산리 노인회 사무장은 “국방부가 대북방송을 끄도록 인천시와 강화군이 적극 나서야 한다”며 “대통령도 국방부 장관도 없는 상황에서 북한을 자극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최근 강화군도 국방부 등에 대북방송 중단을 건의했지만, 국방부는 묵묵무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강화군의 한 관계자는 “주민들의 민원 내용 등을 국방부에 전달했지만, 여전히 대북방송은 나오고 있다”며 “대북방송 중단에 대한 구체적 말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대북방송은 합동참모본부에서 관리하고 있는데, 아직 전달 받은 사항은 없다”며 “또 이와 관련해 내부에서 별도로 논의나 검토가 이뤄지는 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인 사항은 군사 기밀이라 확인해줄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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