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빈 경기환경운동연합 정책위원장
폭염 지나 폭설로 시작된 가을 그리고 뒤늦은 겨울, 올해를 쉽게 잊지 못할 것 같다. 아니, 살아가는 동안 그 낯섦과 익숙함에 적응해야 할 것 같은 걱정에 불안감이 엄습한다. 기후변화가 인간에게 가져올 위기와 그 재난의 크기와 여파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불확실성이 짙다는 것을 온몸으로 체득한 까닭이다.
당장 확인되지는 않지만 지구생태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것이기에 다가올 미래는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요동치기를 감히 소원한다.
올해가 역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될 것이 확실해진 가운데 지난달 198개 당사국을 포함해 6만여명이 참석한 제29차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가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서 개최됐다. 하지만 총회는 전 세계 기후시민의 바람에는 턱없이 부족한 합의로 마무리됐다.
지난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언급한 대로 지구가 온난화 단계를 넘어 ‘끓어오르는 시대’가 확실시돼 2018년 파리협정에서 정한 1.5도 목표를 이탈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국가별 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상위 20개국 중 16번째 국가임에도 석탄화력발전소 신규 건설 금지나 보조금의 폐지에 참여하지 않았다.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일까.
기후변화로 인한 농작물의 작황 부진으로 주된 식품의 원재료인 밀가루와 팜유, 치즈를 비롯한 기후식품인 커피 원두 등의 가격이 상승했다. 세계식량 가격지수가 수직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위 ‘기후플레이션’이 심상치 않다.
특히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식량자급률이 낮은 나라에서 주요 먹거리 식품에 대한 물가상승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이는 결국 사회보장이 취약하고 빈부의 격차, 소득불평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취약계층의 삶은 더 나락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불확실성은 정치적 불안정과 사회적 역동성에 따라 커진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불확실성은 과거엔 자료의 부족, 주요 핵심 사안에 대한 이해 부족, 과학자들 간의 의견 불일치 등에 의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문제들에서 나타났으나 최근에는 그런 진단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경로 이행을 방기하거나 과학적으로 검증되고 확인된 방법을 거부하는 것에서 커진다.
오스트레일리아연방 남호주는 2027년까지 총공급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한다는 목표를 법제화할 예정이라고 한다. 수전 클로즈 부총리 겸 기후장관은 “에너지 전환은 우연히 일어난 것이 아니며 세계를 선도하는 기후법, 일관된 정책 그리고 지원적인 계획 시스템이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처한 조건과 준비된 정도는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에너지원을 선택할 것인지는 다르지 않다.
12월, 한 해를 마무리할 시점인데 그냥 보내기는 아쉬웠던 탓일까. 꼭 반듯하게 지켜온 것만은 아니지만 우리의 삶과 사회 전반을 뿌리째 뒤흔드는 사태가 발생했다. 개인과 사회의 정신적 충격과 마음의 상처는 누가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 그것만큼이나 응당 죄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곧 새로운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다양한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다.
모든 낡은 ‘이, 것, 곳’과의 결별과 함께 현재와 미래상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열려 있기를 기대한다. 기후위기를 해결하고, 누구나 에너지 생산과 이용에 주인이 되고, 괜찮은 일자리로 정의로운 전환으로 인한 고통이 최소화되는 따뜻한 공동체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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