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초에 5천원'…MZ 노리는 부업 사기, 직접 해보니 [SNS 부업 사기 해부①]

SNS 부업 사기 해부① MZ 노리는 부업 사기

부업 광고 피해자들이 SNS에서 공통적으로 봤다고 지목한 게시글. 연락처와 함께 가입 문의를 남기면 예상치 못했던 부업의 세계가 펼쳐진다. 독자 제공
부업 광고 피해자들이 SNS에서 공통적으로 봤다고 지목한 게시글. 연락처와 함께 가입 문의를 남기면 예상치 못했던 부업의 세계가 펼쳐진다. 독자 제공

 

“월세·관리비 부족해서 알아본 부업이 ‘사기’였습니다. 죽고 싶어도 못 죽는 억울한 피해자들이 수두룩해요. 제발 다른 사람들 좀 살려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최근 인스타그램·틱톡·페이스북·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부업 광고를 보고 채팅을 시작했다가 사기를 당했다는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

 

처음에 광고를 마주한 채널은 각양각색이고, 채팅을 나눈 메신저 앱도 다양한데, 이들 모두 끄트머리엔 ‘VIP 미션그룹’으로 연결된다. ‘VIP 미션그룹’까지 가는 길을 찾기 위해 경기일보가 지난달부터 현재까지 직접 여러 ‘손 부업’ 활동에 접근해봤다.

 

(좌)유튜브 영상 시청 부업을 담당하는 ‘이 씨’는 간단한 미션을 완료하면 곧장 계좌로 돈을 입금해준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G앱(가칭)을 설치하도록 권한다. (우)이후 G앱에서 관리자 ‘윤 씨’와의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된다. 독자 제공
(좌)유튜브 영상 시청 부업을 담당하는 ‘이 씨’는 간단한 미션을 완료하면 곧장 계좌로 돈을 입금해준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G앱(가칭)을 설치하도록 권한다. (우)이후 G앱에서 관리자 ‘윤 씨’와의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된다. 독자 제공

 

#1. “5초만 보고 인증하면 2천 원 드려요”

 

부업의 세계는 여러 가지다. 주로 볼펜 조립, 비디오 시청, 핸드메이드 팔찌 제작, 리뷰 작성, 구매 대행 등으로 나뉜다. 어린 주부들을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광고 글은 전국 각지 맘카페 등에도 수차례 게시됐다.

 

먼저 경기일보는 ‘영상 캡처’ 부업에 도전해봤다.

 

미션은 간단하다. SNS에서 광고를 보고 부업에 참여하겠다고 메시지를 남기면 담당자가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으로 연결된다. 이 담당자는 유튜브 영상 2개의 링크를 전달한 후, 5초가량 시청하고 그 내역을 캡처해달라 요구한다. 시청 인증을 하면 가상 계좌 플랫폼인 N앱(가칭)에 포인트를 입금해준다는 설명이다.

 

첫 번째 미션을 완료하면 2천 원, 그 다음 영상까지 시청 완료하면 3천 원의 포인트가 쌓인다. 정체 모를 N앱 계좌를 통해 10초 만에 포인트 5천 원을 벌게 됐다.

 

담당자가 보내주는 링크를 타고 플랫폼 계좌까지 만들고 나면 가입 축하금으로 1만5천 원이 더 입금된다. 이제 ‘내 돈’은 2만 원이다. 기초 작업을 통과하면 담당자는 계좌에 있는 잔액(포인트)을 출금하라고 지시한다. 담당자의 업무는 여기서 끝난다.

 

다음으로는 일명 ‘관리자’ 윤 씨가 연결된다. 이 과정에서 채팅메신저 G앱(가칭)을 설치하도록 유도한다. 보통 채팅앱은 G앱과 R앱 두 가지가 쓰이는데 관리자 윤 씨는 이 두 앱을 오가며 피해자들을 낚는다.

 

경기일보가 만난 30대 직장인 A씨가 부업을 하려다 1천800만 원을 날렸을 때도 관리자는 R앱에서의 윤 씨였다. A씨는 “저 말고도 다른 피해자들 중에 윤 씨를 만났다는 사람들이 많다”며 “각자의 메신저앱이 달라도 윤 씨라는 인물이 관리자로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경기일보 측은 G앱에서 윤 씨를 쉽게 만나볼 수 있었다. 그와 대화를 시작하면 친구가 된 기념으로 5천 원을 또 준다. 그 덕에 가상계좌 자산은 2만5천 원이 된다.

 

윤 씨는 ‘연습 작업’이라며 출금을 다시 요구했다. 가상 계좌에서의 돈을 출금하려면 마침내 실명과 계좌번호를 입력해야 하는 타이밍이 온다. 조금이라도 망설이면 윤 씨는 “인원이 한정돼있어 재연결이 필요하다”며 신분증과 신용카드 번호 등을 재차 요구한다.

 

(좌)볼펜 조립 부업을 소개해준다던 닉네임 ‘해○○○’는 ‘무직’이라는 답을 듣자마자 떠났다. (우)인터넷뱅킹으로 14만 원을 입금하라던 ‘고객센터○○○’에게 휴대폰 번호라며 아무 번호를 입력하자 대뜸 충전을 권한다.
(좌)볼펜 조립 부업을 소개해준다던 닉네임 ‘해○○○’는 ‘무직’이라는 답을 듣자마자 떠났다. (우)인터넷뱅킹으로 14만 원을 입금하라던 ‘고객센터○○○’에게 휴대폰 번호라며 아무 번호를 입력하자 대뜸 충전을 권한다.

 

#2. 볼펜 조립, 스티커 붙이기는 ‘한통속’

 

수공예 부업과 유사한 소위 ‘손 부업’도 비슷한 형태로 움직인다.

 

약 5초간 볼펜 1개만 조립하면 700원을 벌 수 있다는 광고 영상이 시작점이다. 댓글에 달린 라인 아이디를 찾아 연락하니 닉네임 ‘해○○○’가 등장했다. 나이와 직장, 월급을 알려달라는 질문에 거짓으로 “29살, 무직”이라 답하자 재빠르게 사라졌다.

 

다른 광고에서 팔찌 만드는 부업도 있다기에 문의하니 이번엔 ‘은○○○’가 등장했다. 똑같은 질문에 “26살, 헤어 디자이너”라고 꾸며냈더니 은○○○는 플랫폼에 돈을 충전할 것부터 권했다. 팔찌 만드는 법에 대한 얘기는 일절 없었다.

 

은○○○는 계좌를 등록하고 14만 원을 충전하라며 ‘고객센터○○○’의 연락처를 줬다. 휴대폰 번호를 물어보는 그의 질문에 5189302883 등 아무 숫자를 나열했지만 그는 의심하지 않았다. 사람인지 기계(AI)인지 의심스러운 포인트였다. 번호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은 고객센터○○○은 인터넷뱅킹 계좌로 10분 안에 입금하라는 말만 반복했다.

 

이와 함께 스티커 붙이기 부업도 있었다. 카카오톡에 아이디를 검색해 추가해보면 ‘물○○’가 등장해 첫 마디를 건넸는데 어딘가 익숙한 멘트와 문장이 보인다. 앞서 만났던 ‘해○○○’와 ‘은○○○’가 보낸 첫 번째 메시지와 동일했다.

 

부업을 위해 스티커 주문을 질문하자 ‘너는 일을 할 수 없다’면서 ‘너 돈만 생각만 생각만.’이라며 해지를 해야겠다고 한다. 물○○에게 진짜 이름이 무엇인지 되물었지만 무시 당했다. 구체적으로 얼마나 보상을 받는 건지 물어보니 문법에도 맞지 않는 답변을 한다. 더 캐물으니 해지를 도와주겠다며 대화를 차단한다.

 

틱톡의 인터페이스를 차용한 플랫폼 계좌 사이트에서 계좌를 개설해야 ‘부업 업무’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게 담당자들의 설명이다. 독자 제공
틱톡의 인터페이스를 차용한 플랫폼 계좌 사이트에서 계좌를 개설해야 ‘부업 업무’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게 담당자들의 설명이다. 독자 제공

 

#3. 사기 의심 피하려 틱톡 인터페이스까지 차용

 

이번에는 담당자들의 지시에 따라 ‘틱톡’의 인터페이스를 차용한 플랫폼 계좌 개설 사이트에서 계좌를 개설해봤다. 사전에 수행한 미션으로 얻은 포인트는 이 플랫폼 내의 가상계좌로 곧장 연동된다는 게 담당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 포인트를 출금하기 위해서는 실제 명의의 계좌번호를 입력해야 한다. 제보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1~10만 원)은 실제로도 출금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자와 동일한 사이트에 계좌를 개설했던 30대 주부 B씨는 “틱톡과 연결된 계좌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개인정보만 빼가는 곳 같다”며 “결국 저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다 같은 방식으로 피해를 보는 게 아닐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부업 광고에서 시작한 이 모든 알바들은 ‘VIP 미션그룹’을 향하게 한다. 어떤 SNS에서 시작해, 어떤 광고를 보고, 어떤 메신저앱을 사용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끝은 결국 ‘고수익 미션방’이라 칭해지는 ‘VIP 미션그룹’으로 가게 된다.

 

‘성실히 일한 자’에게 보상의 개념으로 열리는 VIP 미션그룹은 G앱, R앱과 같은 채팅메신저에서 여전히 새로운 피해자들을 노리고 있다. 돈을 많이 낼수록 ‘좋은 미션’을 받아 ‘높은 수익’이 난다고 꼬시는 ‘고수익 미션방’인데, 실제로 수익을 돌려주진 않는다는 게 수많은 제보자들의 전언이다.

 

특히 이 같은 부업들이 SNS 위주로 꾸려지다 보니 피해자는 대부분 20~30세대다.

 

R앱 등을 포함해 ‘부업 사기’ 피해자들이 다수 모인 단체대화방을 운영하는 20대 주부 C씨는 “저희 대화방에는 50명 정도가 있는데 다른 곳엔 수백명씩 있다. 전체적인 피해 액수는 50억 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며 “VIP 미션그룹이라는 비슷한 수법에 속아넘어가지 마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 관련기사 : 수금책 양심고백…“전 피해자면서 가해자, 죄송합니다” [SNS 부업 사기 해부②]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11558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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