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122번 게이트 앞에서 만나는 서예의 멋 [전시리뷰]

전시 '서예, 일상에서 예술로' 입구. 조혜정기자
전시 '서예, 일상에서 예술로' 입구. 조혜정기자

 

공항에서 떠날 준비를 모두 끝낸 여행자에게 비행기 탑승 전 한숨 돌릴 여유가 허락된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런 여행객들을 위해 지난 2021년 개항 20주년을 맞아 인천공항박물관을 개관했다.

 

제1여객터미널 탑승동에 위치한 인천공항박물관에서는 지난해 6월부터 전시 ‘서예, 일상에서 예술로’가 진행되고 있다. 국립전주박물관의 소장품을 중심으로 조선시대 서예 문화를 주제로 총 13점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으며 한국 전통 서예의 일상성과 예술성을 조명한다.

 

공항 탑승동이라는 특수성에 따라 이번 취재는 인천국제공항공사 공항운영처 문화예술공항팀 김채린 학예연구사의 인솔하에 진행됐다.

 

탑승동 122번 게이트 근처에 위치한 공항박물관 초입은 한국의 전통 목가구 전시 ‘전이(轉移): 한국의 가구’로 꾸며져 있다.

 

김 학예사는 “이 전시에 쓰인 고가구들은 인천국제공항 설립 초기부터 공항 곳곳에 배치하고 전시하기 위해 차곡차곡 모아온 공항공사 소장품으로 2010년대 초반까지 전시됐던 작품”이라면서 “공항 내 미디어아트가 늘어나면서 창고에 보관하고 있던 것들을 박물관 개관 무렵 다시 꺼내 보수한 후 전시하고 있다”고 설명헀다.

 

글쓰기의 일상을 보여주기 위해 진열장을 사랑방 공간으로 꾸미고 문방사우를 전시했다. 조혜정기자
글쓰기의 일상을 보여주기 위해 진열장을 사랑방 공간으로 꾸미고 문방사우를 전시했다. 조혜정기자

 

‘서예, 일상에서 예술로’는 크게 2부로 구성됐다. 1부 ‘삶을 쓰다’에서는 글쓰기의 일상성을 보여주기 위해 진열장 안을 사랑방 공간으로 꾸며 경상과 붓, 먹, 벼루, 연적 등 문방사우를 전시했다. 죽은 벗의 어린 딸을 어떻게 보살필지 논의하는 ‘정약용 편지’(1822)에서는 속도감 있는 편지 글씨에 담긴 학자 정약용의 인간적인 면모를 느낄 수 있다.

 

2부 ‘글씨, 예술이 되다’에서는 지난해 10월 말 한 차례 전시품 교체가 돼 단아한 한글체와 주나라·한나라의 글자나 문양을 만날 수 있다. 한글 고체를 탄생시킨 김충현(1921~2006)의 ‘한글로 쓴 소학’, 서화의 수집과 감식, 연구에 힘쓴 근대 대표 문예인 오세창의 ‘오세창이 베껴 쓴 기와, 벽돌, 금속에 새긴 글씨’ 등 부단한 노력 속에 자신만의 서법을 완성한 서예가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김 학예사는 “탑승을 앞둔 여행객들이 잠시 들르더라도 공간 자체가 문화적 체험이 될 수 있길 바란다”면서 “온습도, 조명, 공간 구성 등 작지만 여느 박물관 못지않은 관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시는 2월 2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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