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불법 액상 담배, 단속부터 선행돼야

박필규 한국전자액상안전협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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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필규 한국전자액상안전협회 사무총장

우리나라 담배사업법은 담배식물을 원료로 해 피우거나 증기로 흡입하는 등의 형태로 제조된 것을 담배로 규정하고 있다. 최근에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화학물질만으로도 제조할 수 있게 됐다.

 

흔히 말하는 담배는 불을 붙여 피우는 궐련담배를 의미한다. 불에 탄 연기를 흡입하므로 인체에 유해하다. 그리고 담배식물에 함유된 니코틴으로 인해 끊는 것이 어렵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중국인 약사 혼릭이 2003년 금연을 목적으로 개발했다. 연기를 흡입하는 방식이 아닌 니코틴과 향료, 글리세린 등이 함유된 액상을 기화시켜 흡입하는 방식이다. 궐련담배 대체효과가 높고 여러 선진국에서는 액상형 전자담배를 이미 금연보조제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자담배 액상에 함유되는 니코틴이 담배식물 즉, 연초잎에서 추출한 것이기에 담배사업법상 담배로 분류한다.

 

그렇다면 합성니코틴이 함유된 제품은 어떨까. 합성니코틴은 연초잎을 원료로 하지 않고 화학물질만으로 제조한 니코틴이다. 중독성 및 독성 또한 연초잎니코틴에 비해 현저히 적다. 합성니코틴은 약리작용이 많아 치매, 파킨슨병,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우울증 등의 치료제로도 사용될 수 있다. 이러한 합성니코틴이 함유된 액상 제품은 담배사업법상 담배로 분류되지 않는다. 아울러 여성가족부 고시에 청소년유해물건으로 지정돼 있어 청소년이 구매할 수 없다.

 

그러나 제22대 국회에서 합성니코틴을 담배에 포함시키려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10여건 발의됐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국내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에는 합성니코틴 함유 제품이 만연하고 이러한 합성니코틴 제품은 담배사업법상 담배가 아니기 때문에 세금이 누수되며 관리 대상에서 벗어나 있어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담배사업법 개정안과 관련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해 12월27일 찬성과 반대 측 각 2명을 불러 공청회를 진행했다. 공청회를 보니 여러 문제점이 보인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업계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공청회에 참석한 기재부 직원은 “합성니코틴의 제조 가격이 천연니코틴 대비 40배 비싸니 제조를 싸게 하고 세금을 회피할 목적으로 연초잎니코틴을 합성니코틴이라고 속여 유통하고 있다”고 했다.

 

국내 액상형 전자담배 업체들은 현행 가짜 합성니코틴을 유통하기 전에도 담배인 연초잎니코틴 함유 제품을 담배가 아닌 연초 줄기니코틴 함유 제품으로 유통했다. 2019년 11월 감사원은 줄기니코틴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감사보고서를 발표했고 관세청은 줄기니코틴 수입업체들에 수천억원 규모의 담뱃세를 부과했다. 업체들은 과세전적부심, 조세심판, 행정소송을 진행했지만 모두 기각, 패소했다. 이후 2021년 1월1일부터 연초 줄기니코틴에도 담뱃세가 부과되기 시작한다. 세법이 개정되자 등장한 것이 바로 합성니코틴이다. 현재 국내 수입된 가짜 합성니코틴은 900t 이상으로 추정된다. 거의 100년 치 사용량이다.

 

공청회에 참석한 진술인은 모두 소비자를 위한 유해성 검사, 성분 표기를 정확히 하자는 것에 동의했다. 바람직하다. 이에 합성니코틴 제품에 대해 적절한 법안을 신설하는 것은 어떨까 한다. 청소년들이 아예 접근도 못하게 온라인, 자판기 판매 금지 조항도 넣는 것이다. 단, 이미 담배를 담배가 아닌 것으로 속인 사안은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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