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찬 새중앙침례교회 담임목사
많은 사람에게 알려진 책 ‘팡세’의 저자인 파스칼의 이름은 부활절이라는 라틴어 ‘파스칼리스’에서 온 말이다.
블레즈 파스칼은 수학자, 물리학자, 철학자, 신학자로 과학과 철학, 종교에 걸쳐 수많은 업적을 남긴 천재 사상가다. 16세에 ‘아르키메데스 이래 최고의 업적’이라고 평가된 ‘원추 곡선 시론’을 발표했고 19세에는 세계 최초로 우리가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는 계산기를 발명했다. 이처럼 분명한 과학적 증명과 이성적 논증을 중시했던 과학자 파스칼의 이름이 부활절과 연관된 것에는 그가 ‘성령의 불’로 표현한 개인적 체험을 통해 합리적 이성과 신적 초월성의 만남을 경험했다. 그가 남긴 가장 큰 유산 중 하나는 ‘파스칼 내기’다. 파스칼은 신의 존재에 대한 논쟁을 단순한 믿음의 문제로 보지 않고 확률적 접근을 통해 분석했다. 그는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신을 믿는 것이 무한한 이익을 가져오지만 신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믿는 데 큰 손해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 논리는 이후 게임 이론과 경제학에서도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그가 남긴 명언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는 말이 있다.
그는 31세에 예수 그리스도를 극적으로 만나는 신비한 체험을 통해 인간이 참된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이성을 초월한 하나님을 믿는 신앙이 필수불가결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는 회심의 순간을 “확신, 기쁨, 평강,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 기쁨, 기쁨, 기쁨의 눈물. 나는 나 자신을 그분께로부터 분리시켜 왔다. 오 주여, 나를 결코 그분께로부터 분리되지 않게 해주소서”라고 고백했다.
부활절이 있는 4월에 나는 신앙의 본질을 생각하다가 파스칼의 삶에 대해 새로운 통찰력을 갖게 됐다. 사실 하나님을 떠난 인간은 온전함을 상실한 채 허망한 나그네의 인생을 산다. 인간의 교만한 이성과 병든 지성은 하나님을 만나야 겸손해지고 온전함을 회복할 수 있다. 부활절을 의미하는 이름을 가진 파스칼은 예수 그리스도를 개인의 구주로 만난 후 자신의 모든 것을 소외된 이웃과 나누며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남은 생애를 살았다. 그리고 그 시대 무신론자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팡세’를 유작으로 남기고 3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우리 시대가 다양성을 중시하고 개인주의가 팽배한 결과 절대가치와 기준이 모호해지고 혼란해졌다. 그러기에 타협하지 않는 영원불멸의 진리가 누구에게도 필요하다.
미국에서 목회를 하는 지인이 얼마 전 미국 하원의회 개원식 기도를 부탁받았던 이야기를 나눴다. 하원의회 사무국에서 기도문에 대한 지침으로 예수님의 이름으로는 기도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미국에는 많은 종교가 있기 때문에 특정 종교로 기도하지 말라는 의미였다. 그런데 목사님은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지 못한다면 굳이 기도 순서를 맡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며 기도의 마지막을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했다고 한다. 생방송으로 전국에 전파된 개원식 후 많은 전화와 손편지와 이메일을 받았는데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느냐고 질책하거나 문제 삼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근래 상원에 기도 순서를 맡아 또 한번 갔는데 이번에는 작심하고 ‘우리의 구원자요. 우리의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라고 기도했더니 함께 기도하는 사람들이 큰 소리로 아멘하면서 함께 기도했고 감사의 인사를 받았다고 한다.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면 개인과 국가의 가치관과 역사는 분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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