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하도급대금 직불합의에 따른 직접지급청구권의 발생시점

이준행 변호사 (법무법인 마당)

이준행 변호사

을(수급인)은 갑(발주자)으로부터 교량 가설공사를 도급받았는데, 지난 2019년 4월19일 위 공사 중 일부를 병(하수급인)에게 하도급했다. 같은 날 갑, 을, 병은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갑이 병에게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직불 합의를 했다. 병은 같은 해 6월15일까지 공사를 하다가 위 공사를 중단했다. 그런데, 이후 을의 채권자 정이 을의 갑에 대한 위 공사대금 채권에 관해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고, 위 압류 및 추심명령이 이보다 앞선 5월2일 갑에게 도달했다.

 

위 사안에서 병(하수급인)과 정(수급인 을의 채권자) 중에서 누가 공사대금 채권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까.

 

위 사안에서 제1심과 항소심 법원은 ‘갑(발주자)의 병(하수급인)에 대한 하도급대금 직접지급 사유는 직불 합의만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병이 시공한 부분에 대한 기성검사 및 하도급대금의 직접지급을 청구했을 때 발생한다. 병이 하도급대금의 직접지급을 청구하기 이전에 갑에게 정(수급인 을의 채권자)의 압류 및 추심명령이 도달함으로써 병의 하도급대금 직접지급 청구 당시 을의 갑에 대한 나머지 공사대금 채권 전액에 대해 이미 집행 보전이 이루어진 이상, 병의 직접지급 청구권은 발생하지 않는다.’라는 취지로 판시했다.

 

즉, 하수급인의 직접지급 청구권은 직불 합의만으로 바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하수급인이 발주자에게 시공한 부분에 대한 기성검사 및 하도급대금의 직접지급을 청구하는 등의 절차가 이행됐을 때 발생하므로 하수급인의 직접지급 청구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2025년 4월3일 선고 2021다273592 판결)은 위와 같은 하급심 판결을 파기하면서 ‘발주자인 갑, 수급인인 을, 하수급인인 병이 직불 합의를 한 지난 2019년 4월19일 병에게는 갑에 대해 병이 시공한 부분에 해당하는 하도급대금에 관한 직접지급 청구권이 발생하고, 동시에 갑의 을에 대한 대금 지급 채무가 위 하도급대금의 범위 안에서 소멸하며, 그 부분에 해당하는 을의 갑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은 동일성을 유지한 채 병에게 이전된다.

 

이와 같이 병이 갑에 대한 하도급대금 직접지급 청구권이 발생한 이후인 5월2일 정이 을의 갑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을 압류했으므로 위 공사대금 채권 중 병이 시공한 부분에 해당하는 금액에 관한 압류는 이미 병에게 이전돼 소멸한 채권에 대한 것으로서 효력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결국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직접지급 합의를 한 시점에 이미 하수급인이 시공한 부분에 해당하는 하도급대금에 관한 직접지급 청구권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위 판결은 직접지급 합의의 효력을 보다 실효성 있게 보장하고, 하수급인의 권리를 한층 강하게 보호하는 취지의 판결로서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