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옥 경기대 명예교수·국가보훈학회장
미국 우선주의를 기치로 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기존의 국제질서가 격변의 소용돌이에 휩싸이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의 불가예측성이 증폭되고 있는 시점에서 호국보훈의 달 6월을 맞는다. 보훈 정책은 국가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희생·헌신한 국가유공자들의 공훈을 되새기고 그들의 숭고한 애국심을 고취하는 데 있다.
이러한 견지에서 우리나라 시·군 자치단체로서는 최초로 성남시가 금년 6월 호국보훈의 달부터 6·25전쟁 및 월남 참전유공자에게 전투수당을 지급하기로 한 보훈행정은 참 신선하다. 월남 참전 장병의 전투근무수당은 1963년 5월1일 시행된 ‘군인보수법’에 따라 지급됐어야 함에도 당시 정부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지급하지 않았다.
전투수당 문제는 2014년 김춘진 의원 등 13인이 공동으로 발의하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국가 정책으로 실현되지 못했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취임 당시부터 줄곧 ‘호국보훈도시’를 표방하며 유공자들의 예우에 심혈을 기울여 왔는데 금번 성남시가 6·25와 월남 참전유공자에게 전투수당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것은 그의 보훈행정의 의지와 실천의 결실이다. 현재 성남시의 국가유공자 수당도 경기도 시·군 지자체 중 최고 수준이다.
전투수당 지급 결정은 국가보훈부가 앞장서 주도해야 할 정책 사안임에도 손을 놓고 있자 성남시가 선도적으로 시행한 정책이다. 이러한 선진 보훈행정이 다른 지자체에도 확산돼 대한민국 전체 보훈 정책의 선진화에 기폭제 역할을 하기를 기대해 본다. 국가와 타 지자체들이 성남시처럼 보훈명예수당을 인상하고 참전자들에게 전투수당을 지급하면 수십년간 참전유공자들과 국가 간의 전투수당에 대한 갈등도 종지부를 찍는 날이 올 것이다.
북-러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체결과 북한군의 우크라이나전쟁 파병 및 군사적 밀착, 그리고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국제법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해양영유권의 확장을 꾀하며 군사적 팽창주의를 노골화하는 중국의 패권적 행보가 한반도 안보를 더욱 위협하고 있다.
우리 선열들이 국가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피땀으로 나라를 지켜온 호국 전통의 근간은 애국심이었다. 보훈 정책의 궁극적인 목적은 국가유공자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고 기리며 그들과 가족을 예우함으로써 국민의 애국심을 고양하고 안보와 평화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게 하는 것이다. 선진 보훈 정책이야말로 안보의 초석을 다지는 첩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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