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환 인천 삼산경찰서 갈산지구대 순경
도심 곳곳의 공원 화장실, 도서관, 지하철 역사 등 공공시설에는 위급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위한 ‘비상벨’이 설치돼 있다. 말 그대로 긴급한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장치다. 경찰은 이 벨이 울리면 누군가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위험이 임박한 경우로 판단해 신속히 현장으로 출동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마주하는 현실은 다르다. 최근 3개월간 인천삼산경찰서 갈산지구대 관할의 공원 등 화장실에서 비상벨이 울린 사례(43건) 중 98%가 장난, 실수 또는 무의식적인 오작동이었다. 어린아이가 장난삼아 누르거나 청소 도중 잘못 눌리는 경우도 있고 변기 레버로 오인해 누르는 경우, 심지어 몸을 기대다 벨이 눌리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러한 오작동 벨 문제로 인해 순찰차가 긴급히 출동하고 경찰관 두 명 또는 그 이상이 현장 확인에 투입된다. 하루에 몇 건씩 쌓이면 한 달에 수십 시간의 경찰력이 낭비된다. 이 시간 동안 경찰은 실제 위험에 직면해 경찰의 도움이 절실한 누군가의 곁에 없을 수 있다. 오작동 방지를 위해 버튼이 쉽게 눌리지 않게 버튼 위에 커버를 씌우는 등의 물리적인 해결 방안을 내놓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필요한 건 시민 여러분의 주의와 경각심이다.
비상벨은 말 그대로 ‘비상’일 때만 사용하는 ‘긴급 호출장치’다. 갑작스레 통증이 발생한 경우나 몸이 불편한 어르신, 장애인 그리고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설치된 것이다. 호기심이나 단순한 불만 그리고 사소한 부주의로는 절대 눌러서는 안 된다. 그 한 번의 실수로 인해 도움이 절실한 다른 누군가의 생명에는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언제나 시민 곁에 있다. 하지만 그 경찰력을 꼭 필요한 순간에 쓸 수 있도록 시민 개개인의 주의가 필요하다. 공중화장실을 사용할 때, 그리고 비상벨을 누르기 전 한 번만 생각해달라. 지금 이 순간이 비상벨을 누를 만한 위급한 상황인가를. 우리의 세심한 주의가 세상의 큰 안전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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