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어반스케치] 부국원이 보이는 풍경-향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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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국원은 종자와 종묘, 농기구, 비료 등을 판매했으나 조선총독부 산하 농사시험장 등과 연계돼 산미증식계획과 식민지 농업 수탈의 어두운 역사에 일조한 곳이기도 하다. 1950년대 수원지방법원과 지방검찰청, 수원교육청사와 민주공화당사, 수원예총회관 등으로 변모했으나 1980년대 이후 박 내과라는 병원이 있었다.

 

나이 많으신 원장님은 2015년경 이 건물을 매물로 내놨다. 필자는 이 근대적 향수가 있는 건물이 참 좋았다. 그러나 한 건설업자가 이 건물을 원룸으로 재건축할 계획으로 사들였다. 필자는 언론매체에 이 사실을 알리고 건물이 사라지지 않을까 안타까워했다. 다행히 시에서 이 사실을 알고 재매입해 위기를 넘겼다. 건축주는 애초의 계획을 변경해 부국원 옆에 보이는 원룸만 짓게 된 것이다.

 

필자의 화실에서 뒷문을 열면 팔달산의 사계를 볼 수 있었는데 이젠 이 원룸에 가로막혀 숨이 막힐 듯 답답하다. 벚꽃 피는 봄도 단풍잎 고운 가을도 볼 수 없다. 한때는 이 거리가 수원의 중심 도로였지만 45년을 살아온 길 치곤 그다지 변한 게 없어 어쩌면 정감이 간다. 건너편 행궁동에 비해 유동 인구가 적어 소규모 가게들의 생업은 어렵지만 말이다.

 

저녁 눈처럼 그리움 묻어 오는 이 길을 오늘은 주간반 최승은님이 그렸다. 도화지 앞에만 서면 하안거의 스님처럼 정진하는 그의 과도한 몰입이 날로 깊어짐을 느낀다. 뜻깊은 꿈이 길을 이룬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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