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양육비 청구권의 소멸시효

김종훈 변호사 법무법인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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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여)와 Y(남)는 1971년 7월 결혼했고 1973년 11월 그들 사이에서 자녀 Z가 출산했다. 그러나 이후 관계가 악화한 X와 Y는 1974년부터 별거를 했고 결국 1984년 이혼했다.

 

X는 별거 시점인 1974년 이후 계속해 Z를 단독으로 양육했고 Y는 양육비를 전혀 지급하지 않았다. X는 2016년에 이르러 Y에 대해 1974년부터 1993년 11월(Z가 성인이 된 시점)까지 Z를 단독으로 양육하며 지출한 과거 양육비의 분담을 구하는 심판을 청구했다. 법원은 X의 청구를 인용할까.

 

부모는 성년이 될 때까지(2013년 성년 기준이 만 20세에서 만 19세로 변경) 자녀를 양육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어떤 사정이 있어 부모 중 일방이 단독으로 자녀를 양육했다면 이후 타방을 상대로 과거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다. 여기서 문제는 통상의 채권처럼 이 사안의 양육비 청구권도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는 점이다. 이 점은 이 사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논쟁의 전제가 된다.

 

문제는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언제로 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즉 양육비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언제부터 진행하는가. 이에 대해 대략 다음과 같은 3가지의 주장이 제시될 수 있다.

 

첫 번째, 양육비를 실제로 지출한 때로부터 10년이라는 주장이다. 위 사안의 X가 1980년 5월 양육비를 지출했다면 해당 양육비 청구권은 즉시 소멸시효가 진행되므로 X는 Y를 상대로 1990년 5월 이전에 양육비를 청구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1980년 6월에 지출한 양육비는 1990년 6월 이전에 청구해야 한다.

 

두 번째, 자녀가 미성년인 기간(양육이 계속 이루어지는 기간)에는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으며 자녀가 성년이 돼 양육 의무가 종료된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는 주장이다. 위 사안의 자녀 Z는 1993년 11월에 성년(만 20세)이 됐으므로 X는 2003년 11월까지 그동안 지출한 양육비를 청구해야 한다.

 

세 번째, 양 당사자가 합의하지 않는 이상 양육비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해 구체적인 청구권으로 성립하므로 가정법원의 심판이 내려진 후 비로소 10년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르면 위 사안의 X는 Z가 성년이 돼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후 가정법원에 심판을 제기했지만, 소멸시효는 심판이 내려진 후 비로소 진행한다.

 

물론 X는 세 번째 주장을 근거로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는 대법원이 바로 이 입장을 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대법원은 그동안 자녀가 성년이 돼 양육의무가 종료된 후에도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해 구체적인 청구권으로서 성립하지 않았다면 양육비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는 법리를 정립했다.

 

그러나 위 사안을 심리한 대법원(2024년 7월18일자 2018스724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은 최근 종전 판례를 변경하면서 X의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자녀가 미성년인 동안 양육비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보는 것은 자녀의 복리에 부합하지 않지만, 성년이 돼 양육 의무가 종료되면 아직 당사자의 협의나 가정법원의 심판으로 구체적인 금액이 확정되지 않더라도 소멸시효가 진행한다는 것이다. 결국 대법원은 두 번째 주장를 채택한 것이다. 이와 유사한 분쟁을 겪고 있는 분들의 세심한 주의를 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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