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촌놈은 촌놈이 싫다

성제훈 경기도농업기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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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귀농어·귀촌인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귀촌 인구는 전년보다 5.7% 증가한 42만2천789명에 달했다. 귀촌인의 평균 연령은 43.1세로 전년보다 0.1세 낮아졌는데 연령대별로는 20대 이하가 24.1%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22.8%로 뒤를 이었다. 젊은 세대의 비율이 높아진 것은 고무적인 변화다. 귀촌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화성시로 2만7천116명이 귀촌해 전체의 6.4%를 차지했다.

 

‘촌(村)’은 도시와 떨어져 있는 공간이다. 그래서 촌에서 ‘촌스럽게’ 산다는 것은 어쩌면 여러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귀촌 인구가 꾸준히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촌스럽다’는 ‘어울린 맛과 세련됨이 없이 어수룩한 데가 있다’고만 풀이돼 있다. 그렇다면 매년 늘어나는 귀촌인은 모두 ‘어울리지 않고 세련됨이 없어서’ 촌으로 향하는 걸까. 화성시로 이주한 2만7천여명은 ‘어수룩해서’ 귀촌한 것으로 필자는 생각하지 않는다. 자녀를 둔 가족이 귀촌하는 이유는 회색빛 도시를 벗어나 자연 속에서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부모의 선택일 것이다. 부부가 함께 귀촌하는 경우라면 농사를 짓거나 창업을 시도하는 등 도시의 번잡함을 피해 여유롭고 조화로운 삶을 찾으려는 뜻이 담겼을 것이다. 이처럼 귀촌의 이유는 다양하고 능동적이며 결코 ‘세련됨이 없는 어수룩함’으로 단정할 수 없다.

 

사전은 시대와 함께 숨 쉬어야 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을 모아 표기법, 발음, 어원, 의미, 용법 등을 정리한 것이 사전이다. 그러므로 시대 흐름에 따라 내용도 수시로 바뀌어야 한다. 표준국어대사전은 국민의 말글살이 기준이 되는 ‘표준’을 다루는 만큼 현실을 반영해 낱말을 새롭게 등재하거나 기존 뜻풀이를 보완하고 확대할 필요가 있다. ‘촌스럽다’는 말에도 시대에 맞는 새로운 해석이 담겨야 한다. 예를 들어 ‘자연과 더불어 살고자 농촌으로 향하는 삶의 방식’, ‘농촌을 사랑하고 공동체적 삶을 추구하는 따뜻한 감성’ 같은 긍정적 의미가 추가된다면 오늘날 촌의 가치와 귀촌인의 선택을 제대로 담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사전이 변화할 때 그것은 단순한 단어 모음이 아니라 시대정신을 담은 삶의 언어 기록이 된다.

 

‘촌스럽다’는 말이 이제는 생명의 근원과 치유, 순수함과 희망의 상징으로 재해석되기 바란다. 농업과 농촌의 가치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국민적 인식이 바뀌어야 하며 그 변화의 출발점은 사전의 뜻풀이다. 시대의 흐름에 맞게 국민의 삶을 반영하는 사전이야말로 진정한 ‘표준’국어대사전이라 할 수 있다.

 

이참에 명토 박아 말한다. 나는 촌놈이라서 현재의 촌놈이라는 뜻풀이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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